도시농부

서울식물원 어린이 정원 텃밭엔 배추꽃이 만발 -사단법인 텃밭보급소

조이 :-) 2025. 5. 20. 08:51

서울식물원 [탄소먹는 거인의 텃밭 정원] 이야기

사단법인 텃밭보급소 곽선미 대표 

 

 

어머~ !! 이게 배추꽃이래~!. 유채꽃인 줄 알았는데!!”

진짜!! 배추꽃도 이렇게 이쁘구나!! 정말 신기하네!!”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한 달여 간 서울식물원 어린이 정원 텃밭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배추꽃이 이제 씨앗을 맺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겨울을 나고 텃밭의 주인공이 된 호밀, , 보리, 갓꽃, 쪽파, 무꽃, 그리고 힘차게 잎을 올려 감자가 이제 꽃망울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두 해째 텃밭보급소에서 위탁을 맡아 [탄소먹는 거인의 텃밭 정원]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식물원 어린이 정원학교 앞 정원은 오스카 와이들의 동화가 모티브로 꾸며졌다. 해서 커다란 거인이 정원의 꽃과 나무들 사이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농사로의 전환'을 텃밭 교육에서 녹여내고자 하는 텃밭보급소가 이 거인의 컨셉과 연결해 탄소 흡수원이 가득한 순환 텃밭을 꿈꾸며 제안한 주제를 받아들여 운영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유기물 순환', '토양 탄소 저장'을 큰 주제로 여러 가지 토종작물을 재배하고, 이곳에서 나온 유기물은 이곳에서 모두 순환시키고 퇴비상자도 마련했다. 그리고 흙을 갈지 않고 농사짓고 유기물 멀칭을 한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8개의 유치원에서 각각 2주에 한 번씩 이곳에 방문하여 농사짓고, 수확하고, 맛보고, 퇴비를 만드는 경험을 한다. 농사짓는 모습이야 다른 텃밭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뭔가 가득하고 일정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텃밭의 흙 위는 썩 깔끔하지 않다. 감자꽃도 완두콩도 여러 가지 색으로 피고,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토마토, 고추들이 열매를 맺고 익어간다. 키가 큰 해바라기, 수수가 어우러져 자라고, 넝쿨이 우거지는 수세미, 조롱박, 제비콩 들이 자라 터널을 만든다. 작게나마 마련된 논상자에도 토종벼가 구수한 향을 내며 가을을 맞고 여러 가지 콩들이 다닥다닥 달리고, 땅콩과 고구마, 생강도 제법 풍성하게 자라난다. 밭에 저절로 올라온 씀바귀, 지칭개, 괭이밥 등의 풀들도 한동안 텃밭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메리골드와 한련화, 당아욱도 화사한 텃밭을 만들어 주며, 노란 손수건이 되고 예쁜 접시를 만든다. 염주 열매는 일 년 농사를 마치는 아이들에게 씨앗 팔찌 선물이 되고, 목화솜은 지나는 시민들을 문익점으로 만든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인근 8개의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짓는다

 

 

식물원은 항상 모든 것을 잘 정돈하고 예쁜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오와 열을 잘 맞추고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보이지 않도록 관리한다. 그런 기관에서 아이들이 자유분방하게 심은 작물들이 그대로 그렇게 자라고 풀이 자라고 지푸라기가 밭에 들어가 삐죽이는 모습을 보아주기는 쉽지 않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서로 한발씩 뒤로 물러나 다시 발을 맞춰 더 큰 한 걸음을 내딛을 힘을 모으고 있다. 올 봄에는 앵두나무를 심고 그 아래 다년생 나물을 심고, 블루베리도 심었다. 도시농업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작게나마 하나씩 해나가 보고자 한다.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 대응이 되기에는 아직은 너무도 미미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과 본래 자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한 걸음이 되기를, 그리고 본래 자연의 순환을 잠시 잊고 있었던 어른 세대의 기억도 되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