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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덕의 작물이야기 ④ : 국화과 이야기 "상추는 왜 벌레가 안 꼬일까?"

아메바! 2026. 4. 6. 12:59

안병덕의 작물이야기 ④ : 국화과 이야기

"상추는 왜 벌레가 안 꼬일까?" 국화과의 생존 전략

지구를 정복한 가장 진화된 식물

국화과는 갖가지 식물 중 가장 진화된 식물군으로 꼽힙니다. 전체 꽃식물의 약 10%를 차지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종만 해도 2만여 종에 달하죠.

 

흔히 외떡잎식물 중에서는 난초과가 가장 진화되고 종류도 많다고 하지만, 분포 측면에서 보면 국화과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국화과는 척박한 남극대륙을 포함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생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국화과가 변화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적응하며 높은 번식력과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꽃의 구조와 이중 번식 전략

국화과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핏 한 송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작은 꽃이 머리 모양의 꽃턱에 모여 있는 커다란 꽃다발, 즉 두상화(頭狀花) 구조를 띠고 있답니다.

  • 관상화(管狀花): 코스모스나 해바라기 가운데에 모여 있는 가늘고 긴 관 모양의 꽃들입니다.
  • 설상화(舌狀花): 바깥쪽으로 나 있는 화려한 혀 모양의 꽃들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바깥쪽 설상화는 번식 능력이 없는 단성화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화려한 '장식'으로 진화한 것이죠. 이러한 효율적인 구조 덕분에 한 번 방문한 곤충을 오래 붙잡아 두어 수많은 작은 씨앗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씨앗들의 씨방에는 깃털 모양의 관모(Pappus)가 달려 있어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갑니다.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부르지만, 식물학적으로 '홀씨'는 포자를 뜻하므로 정확하게는 씨앗이 아닙니다.

 

여기에 국화과는 씨앗번식을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중 번식 전략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쑥이나 머위, 참취, 씀바귀, 엉컹퀴 등은 땅속줄기가 번져 새 개체를 만들어도 내고요. 돼지감자나 야콘은 꽃도 피지만 덩이줄기나 뇌두로 영양번식도 합니다. 국화나 금계국은 포기나눔이나 삽목으로도 번식 시키지요.

 

텃밭의 국화과 작물들

종류는 엄청나게 많지만, 사실 국화과가 밭작물 재배 면적에서 주곡 작물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씨앗이 작고 양분 저장 능력이 떨어지는 '잎 중심 구조'인 데다, 그 잎조차 특유의 쓴맛과 그 편차 때문에 대량 소비 작물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식탁과 약장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우선 텃밭에서 기쁨조 역할을 하는 각종 상추류, 쑥갓, 치커리, 엔다이브 등이 바로 국화과죠. 그리고 밭이나 그 주변에서 채취하는 쑥, 고들빼기, 씀바귀, 취나물, 머위, 엉겅퀴, 곤드레, 해바라기 등도 국화과고요. 차나 약재,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민들레, 개망초, 곰취, 곤드레, 지칭개, 구절초 등도 있고 올리고당이나 이눌린성분으로 이름난 야콘, 돼지감자, 다알리아, 우엉도 국화과랍니다.

분류 대표 작물
대표 쌈채소 상추류(청상추, 적상추, 로메인 등), 쑥갓, 치커리, 엔다이브
산나물 및 채소 쑥, 고들빼기, 씀바귀, 취나물, 머위, 엉겅퀴, 곤드레, 민들레, 지칭개
약용 및 꽃차 구절초, 개망초, 제충국, 메리골드
뿌리 및 덩이줄기 우엉, 야콘, 돼지감자, 다알리아

 

벌레가 싫어하는 이유: 화학 방어

텃밭을 가꾸다 보면 뚜렷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배추과(십자화과)인 겨자채나 청경채, 케일은 벌레들이 달려들어 구멍이 숭숭 나거나 뜯겨나가기 일쑤지만, 바로 옆의 상추나 쑥갓, 치커리는 깨끗한 경우가 많죠. 쑥이나 취나물, 머위, 고들빼기, 씀바귀, 민들레 등에도 벌레 피해를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구요.

 

이것은 국화과 식물들이 잎에 벌레가 싫어하는 각종 화학 방어 물질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추의 경우 락토카리움을 만들어 벌레들이 거의 먹지 않게 하죠. 사람이 먹어도 졸린 최면효과가 나타나는 정도이니 조그만 벌레들이 먹으면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영원희 잠들게 되는 셈이죠.

 

씀바귀나 고들빼기, 민들레 등은 잎에 이눌린 외 각종 항산화성분들로 쓴맛이 나니 벌레들이 좋아할 리 없겠지요. 돼지감자나 야콘 잎은 사람이 먹기조차 어려운 쓴맛으로 고라니 조차도 입을 대지 않고요. 오죽하면 국화과인 메리골드나 제충국은 독성이 강해 친환경 방제재를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 락토카리움(Lactucarium): 상추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흰 즙. 강력한 살충 성분.
  • 이눌린(Inulin): 씀바귀, 고들빼기, 민들레의 강한 쓴 맛.

또한, 국화과의 방어 물질(락톤, 테르펜 등)은 가지과의 솔라닌 계과는 달리 항균력도 뛰어나 병균의 초기 진입을 억제하여 상처부위에서 증식속도도 저하시켜 병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지요. 조직이 질기고 건조에도 강해서 연작피해도 없고 병해 피해도 거의 없는 효자 작물입니다.

 

보약이 된 쓴맛

이처럼 국화과들은 복합화합물을 만들어 내어 벌레와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만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들이 몸에 좋은 성분이 되어 나물이나 차, 약재 등으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 국화과의 독성(약성)은 테르펜, 락톤과 폴리페놀류 등으로 강한 쓴맛이 나지요. 인간이 쓴맛을 감지하는 것은 원래 독성을 판별하기 위한 생존 본능입니다. 단맛을 느끼는 건 과일이 잘 익었는지 판별하기 위함이고(에너지원), 신맛은 부패를 감지하죠.

 

인간의 맛감각은 지역의 환경에 따른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서양 남성보다 동아시아 여성이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강하다는 겁니다. 동아시아는 몬순기후로 여름에 덥고 습해 병균도 벌레도 많아 식물들 독성도 강해졌고, 이들을 먹어도 되는지 판별을 위해 쓴맛 미각이 발달했다는군요.

 

신체 방어력이 아직 미약한 어린 아이가 쓴맛, 신맛을 어른보다 강하게 느끼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실제 아이들은 어른들이 즐기는 음식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땐 맛을 느끼는 수용체 돌기가 입안 전체에 퍼져 있어 쓴맛 등을 몇 배나 강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독성을 피하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데치거나, 말리거나, 발효시키는 조리법을 통해 독성을 약화시켜 귀한 '나물'과 '약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국화과의 쓴맛 성분인 테르펜, 폴리페놀류는 오늘날 우리 몸의 항산화와 면역력을 돕는 최고의 건강 성분으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키우기는 쉽지만, 때로는 골치 아픈 '우점화'

국화과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초보 농부에게 최적입니다. 상추는 햇빛이 적은 베란다 스티로폼 상자에서도 쑥쑥 자라며 기대 이상의 수확을 안겨주죠. 한 번 뿌리내리면 질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민들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밟혀도 죽지 않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 되어 있죠. 쑥이나 참취, 돼지감자는 끈질기게 번져 해가 바뀌어도 없애기가 쉽지 않으니 밭에 심는걸 기피할 정도고요.

 

나아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점화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합니다. 쑥은 다른 국화과가 대부분 충매화인 것과 달리 풍매화로 벌이나 나비가 없어도 바람으로 퍼저나갈 수 있고,  땅속줄기로도 번식하여 척박한 땅에서도 무리지어 자랍니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밭 전체를 점령해 버려 '쑥대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지요.

 

지나친 번식으로 생태계를 위협해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것들도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최근까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식물 15종 중 7종(단풍잎돼지풀, 돼지풀, 가시상추,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이 국화과입니다. 특히 단풍잎돼지풀은 발아하지 않고도 씨앗이 땅속에서 수년간 생존하며 번식력이 강해 많은 밭에 골칫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2014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에 따르면, 단풍잎돼지풀에서 항산화 및 미백 효과가 발견되었고 가시상추에서는 충치균 살균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어제의 골칫덩이가 내일의 귀한 자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들과 인간의 관계는 또 어떻게 변화가 될른지요.

 

📋 국화과 작물의 핵심 특징

구분 주요 내용 및 특징
진화적 위치 속씨식물 중 가장 진화된 형태, 전 세계적 분포
꽃 구조 관상화와 설상화가 결합된 '두상화' (꽃다발 구조)
방어 기제 쓴맛 성분(락토카리움, 테르펜)을 통한 병해충 방어
번식 전략 씨앗(관모를 통한 풍산) + 영양번식(땅속줄기, 덩이줄기)
재배 장점 병충해에 강하고 연작 피해가 거의 없음, 초보자 용이
주의 사항 강력한 번식력으로 인한 우점화(쑥대밭) 및 생태계 교란 주의

 

[다음 편 예고]

다음화에서 만날 이 작물들은 우리 밥상 위 '김장'의 주인공이자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채소입니다. 톡 쏘는 매운맛과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는 '배추과(십자화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 제미나이로 생성한 인포그래픽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