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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12

[이창우 컬럼] 영국의 텃밭 무료 임대 공모대회

영국의 텃밭 무료 임대 공모대회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그린 얼로트먼츠(Green Allotments: 이하 GA라고 한다.)라는 자선단체가 2개의 얼로트먼트 부지를 얻을 기회라는 특별한 상금을 내걸고 공모대회를 시작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텃밭으로 이용할 적당한 땅이 있다면 우리 동네에 텃밭이 필요한 이유를 호소력 있게 적어 내면 된다. GA는 1차, 2차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약 12,000㎡ 크기의 텃밭 부지 2곳을 선정해 3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준다(실제로는 명목상의 임차료를 낸다. 예를 들면 1년에 1원만 내는 방식이어서 무료라고 보면 된다.). 30년 뒤 다시 연장할 수도 있다. 영국의 도시농업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공동체텃밭, 도시농장, 얼로트먼트가 그것이다. 공동체텃..

컬럼 2024.11.13

[흙에서 살다 2] 단작과 윤작, 혼작

흙을 죽이는 단작농경의 시작은 아마도 곡식 농사였을 거라 추측합니다. 곡식 농사로 비로서 잉여식량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상추 배추 같은 채소 농사로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잖아요? 과일도 그렇고 가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령 채소와 과일은 채집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고기도 수렵으로 얻을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런 먹을거리는 잉여식량이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럼 왜 곡식농사가 농경의 시작이라는 걸까요? 처음 야생 곡식을 발견한 사람은 저는 남자일 거라 추측합니다. 왜 그럴까요? 곡식류는 벼과식물이 많고 벼과는 자가수분 식물들이어서 군락하는 특성이 있어요. 군락하려면 아무래도 들녘이 유리합니다. 자가수분 식물은 남의 꽃가루가 아닌 자기 꽃가루를 받기..

컬럼 2024.11.11

[흙에서 살다 2] 윤작과 혼작

윤작과 혼작 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  흙에서 살며 흙을 살리고 내가 사는 제일 중요한 방법은 흙에서 먹을거리를 얻는 일이라 봅니다. 그게 흙과 소통하는 일이에요.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흙과 소통하는 방법으로는 경작과 채집이 있어요, 이 둘 다를 농사라 할 수도 있고 경작만 농사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론 경작만 농사일 수 있지만 우리 전통 문화에선 채집도 농사의 한 부분이었지요.아무튼 이번 글에선 흙에서 살며 흙과 소통하는 것으로 경작과 채집을 얘기하려 하구요, 경작에선 먼저 윤작과 혼작을 살펴봅니다. 얘기에 앞서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미개한 농법을 계몽한다는 미명으로 권업모범장이라는 기관을 만들어 자기들 농학자들을 파견했습니다. 권업모범장은 지금의 농촌진흥청 전신입니다. 그래서 ..

컬럼 2024.10.12

[이창우 컬럼] 자유와 평등이 가득한 덴마크의 도시농업

자유와 평등이 가득한 덴마크의 도시농업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빅토르 악셀센은 지난 8월 안세영의 인스타그램에 존경하고 지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대표팀 운영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데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악셀센은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덴마크 사람이다. 그는 국가대표팀을 떠난 후에도 세계대회에 나가고, 개인 후원 계약도 맺고, 선수의 권리로서 자신에게 맞는 라켓과 신발을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사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덴마크가 부러웠다. 그러다가 이런 덴마크의 도시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덴마크 도시농업의 역사나 현황, 사례 등이 궁금..

컬럼 2024.10.08

[이창우 컬럼]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 통과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 통과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이 통과되었다. 올해 3월 5일의 일이다. 도시농업 관련 10개 법안이 한 묶음으로 가결되었다. 도시농업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농지 개념을 확장하고, 탄소농업 조세감면 제도를 신설하는 등 혁신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우리나라에서의 추진 가능성을 살펴보기 전에 패키지법안이 무엇이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알아본다. 패키지법안의 정의와 국내외 사례 패키지(package)는 묶음으로 파는 상품을 의미한다. 여행사 주관 단체여행도 패키지라 한다. 패키지는 포장용기를 뜻하기도 한다. 결국 패키지법안은 2개 이상의 법안을 하나로 묶어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을 말한다. 포괄..

컬럼 2024.09.13

[흙에서 살다 1] 오행론으로 보는 땅과 흙 이야기

오행론으로 보는 땅과 흙 이야기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 토양학을 어깨 넘어로 공부해보니 대부분 서양의 학문이라는 걸 알고 은근히 아쉬웠어요. 서양의 지질학, 미생물학, 화학, 생물학 등에 기반한 것이죠. 동양의 토양학, 아니 우리의 토양학을 찾고 싶었지만 언감생심이었죠. 풍월을 읊는 3년 넘은 서당개 수준도 못 되어 본격적인 논지는 풀지 못하고 몇 가지 문제제기와 시사 정도에서 그치는 게 이번 글이 될겁니다.일단 간단하게 짚고 싶은 문제제기는, 서양에서 들어온 기존 토양학엔 미시적인 과학 얘긴 탁월하지만 거시적인 얘긴 부족해 보인다는 겁니다. 그 중 흙 얘기하는데 하늘 얘기가 없고 사람 얘기가 없다는 겁니다. 이게 아마도 서양의 학문은 나누는 데 기반한 곧 분류학에 기반한 한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

컬럼 2024.09.13

[흙에서 나다 3] 물보다 공기

흙에서 나다 3 - 들녘엔 갑(甲)이 살지만 숲엔 정령이 산다안철환 (전통농업연구소 대표) 물보다 공기물 다음으로 숲 속의 흙을 살아있게 하는 건 공기와 바람입니다. 제가 앞 글에서 물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글에선 물보다 공기가 더 중요함을 말하려 합니다. 살아있는 흙에는 살아있는 물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살아있는 공기입니다. 도시텃밭에 가보면 물 주기를 열심히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채소 잎사귀에 물 주는 소리가 참으로 좋다고 합니다. 농부는 논두렁에 물 들어가는 소리와 자식 입에 밥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저도 모종 키우다보면 참 물 주는 소리가 좋습니다. 이파리에 물 닿는 차르르 차르르 소리가 마치 즐겁게 채소가 먹는 것 ..

컬럼 2024.08.13

[이창우 컬럼] 일본의 시민녹농지 구상 2 - 다몬지 교류농원 사례와 가능성

시민녹농지 사례: 다몬지 교류농원 도쿄도 스미다구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인 도쿄 스카이트리가 있어 유명하다. 23개 자치구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녹지 비율이 낮고 농가나 농지가 전혀 없다. 스미다구 북부에 있는 다몬지 교류농원은 주택가에 있는 다몬지(多聞寺)라는 절이 소유한 660㎡ 공한지를 한 지역사회단체가 2017년에 무상으로 빌려 2018년에 개장했다. 다몬지 교류농원은 2022년 스미다구 최초로 시민녹지로 인정받았다. 시민주도성, 공공성, 지속성은 시민녹농지를 판단하는 요소다. 이 3가지 관점에서 다몬지 교류농원 사례를 살펴본다. ① 시민주도성다몬지 교류농원은 ‘데라지마·다마노이 마을만들기협의회’(이하‘데라다마’라 한다)가 주도해 만들었다. 데라다마는 스카이트리 건설 계획을 계기로 200..

컬럼 2024.08.06

[이창우 컬럼] 일본의 시민녹농지 구상 1 - 시민녹농지(市民綠農地)란?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시민녹농지라는 제3의 오픈스페이스 시민녹농지? 한자로는 市民綠農地다. 시민, 녹, 농지 모두 아는 말인데 합치니 낯설다. 일본도시계획가협회 생산녹지연구회가 제안한 개념이다. 도시농지활용 지원센터가 2024년 펴낸 책 『도시의 농을 생각한다』에 처음 소개되었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수년간 수십 명이 참여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녹농지는 시민이 주도하여 공공성 있는 농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도시 공간이다. 지구 차원의 환경·식량 문제, 인구 감소에 따른 빈집·공지 증가와 같은 사회문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는 개념이 시민녹농지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농산물가격 폭등에 따라 먹거리 불안을 느끼며 농업에 관심이 많다. 탄소중립도시가 추진되면서 ..

컬럼 2024.07.11

[흙에서 나다 2] 들녘엔 갑(甲)이 살지만 숲엔 정령이 산다

들녘엔 갑(甲)이 살지만 숲엔 정령이 산다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한 동안 귀농하려는 분들께 가급적 들녘보다는 숲으로 귀농하시라 했습니다. 왜냐고 물으면 농반진반으로 했던 말이지요. 인류 역사상 인간들이 꿈꾸던 유토피아는 거의 숲에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들녘의 숲이 아니라 야트막한 동산 속 숲 말이죠. 에덴동산이 그렇고 무릉도원, 샹그리라가 그렇습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이란 책에서 저자가 그리는 곳도 숲 속이고, 하다못해 웰컴투 동막골이란 영화에서 그리는 이상향 마을도 산 숲속에 있었습니다. 유토피아까지는 아니라도 속세를 떠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공간들 또한 거의 들녘보다는 숲 속 전원이었습니다..

컬럼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