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롭게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하 전국협) 총회에 새롭게 선출된 공동대표 김충기입니다. 전국협은 새로운 체계로 올해부터 운영방법을 변화하여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김재규 대표님, 조은하 대표님 3명의 공동대표가 서로 역할을 나누고, 또 의견을 모아서 운영하는 공동대표 체계로 운영키로 했습니다.
지난 8년간 전국협을 이끌어오신 김진덕 대표님의 오랜 노고와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표합니다. 초대 안철환 대표님을 포함해 두 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전국의 도시농부들과 활동가들이 연결되고 도시농업운동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으며, 그 성과로 민간부분의 도시농업활동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에 누가 되지 않도록 3명의 공동대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전국협은 회원들의 소통, 더 나아가 도시농업활동가와 도시농부들과 소통하기 위해 올해 부터 블로그 운영, 밴드 운영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밴드는 단체회원들의 소통을 넓히기 위해, 블로그는 정보의 제공과 메세지 전달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첫 이야기로 기후정치와 기후유권자운동 그리고 기후농부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기후위기, 기후농부
2019년 9월 전세계가 동시에 '기후위기'를 외치며 거리로 나올 때 만해도 저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저 다를바 없는 환경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시위 정도로만 여겼고, 때마침 인천의 회원들과 도시농부한마당을 하기로 한날과 겹친다는 걸 알게되었고, 뭐라도 해야하나 싶어 '도시농부 기후선언'문구를 적고 인증샷을 남기는 실천을 했죠. 그러고 나서 기후위기에 대해 찾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기후과학자 조천호 박사의 강의 영상을 유튜브로 접했고 2시간의 강의가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환경운동 차원의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과 국제기구의 검증된 증거들은 하나같이 기후파국을 예고하고 있었고, 이를 위한 인류의 대비는 시늉 정도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듬해 도시농부들과 먼저 뭔가 실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탄소농법이니 재생농법같은 것들도 접하게되고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 Kiss the ground'도 보게되고, 한번도 연계지어 생각지 못했던 탄소와 토양의 상관관계를 알게되었습니다. 도시농부들은 그동안 소위 3무농법(화학비료, 화학농약, 비닐멀칭)이라는 실천을 철저히 해왔고, 이것은 도시농업의 불가분의 원칙처럼 만들어졌죠.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습니다. 쓰지말고 하지말자는 것 말고, "이렇게 하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긍정적인 메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
기후위기와 탄소의 문제는 도시농부들에게 이런 긍정의 메세지를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도시농부들의 생태적인 농사법은 다분히 개인적인 욕구에서 시작했습니다. 내가 먹을 것이니 건강한게 좋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자.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실천도 있었지만 이 실천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수 있는지 궁극의 목표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문제는 수치로 명확하게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2050년 탄소순배출제로(Net-zero), 다른 말로 탄소중립이라는 전 인류적 과제는 피할 수 없는 숙제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는 압도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농업과 먹거리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때부터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도시농업의 필요성을 더 설득력있게 말 할 수 있었습니다. 유기농업(생태농업)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열쇠이며, 도시텃밭에서 농사짓는 도시농부들의 농사법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다라는 걸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쿠바의 도시농업이 왜 그렇게 중요한 위기의 해결방안인지도 더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4년동안 '기후위기와 도시농업'이란 주제의 강의도 여러군데에서 하면서 결국 (도시)농업이 기후위기의 해결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죠. 탄소를 토양속에 가두는 농법이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도 지키고 지구가열도 완화하는 방법이라고 말이죠. '포퍼밀(4 per 1000)'운동은 세계농지의 토양탄소 함량을 매년 0.4%늘리면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만큼 흡수할수 있으며 이를 확대하자는 운동이죠. 2015년 파리기후협약때 프랑스 농무장관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게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도시농부들은 퇴비만들기와 유기물멀칭, 다양한 작물의 섞어짓기, 과도한 경운을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탄소를 가두는 농사를 실천하는 도시농부들은 이미 기후위기 완화에 적극적인 실천을 하고 있으니 이제 도시농사에서 시작해 다른 분야의 탄소중립실천도 기울이자는 자연스러운 연계도 될 수 있었죠. 에너지, 교통, 먹거리 등 개인실천에서부터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로 확대하는 전환마을에 대한 고민도, 그리고 정부정책에 대한 관심도 가질 수 있겠죠.
기후정치
2020년 총선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기후의제를 화두로 만들고 마침내 21대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문'이 통과가 되었죠. 이후 정부의 탄소중립선언, 탄소중립법 제정, 국가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등 정치에서 기후위기가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코로나 펜데믹이 다른 모든 이슈를 잠재웠고, 2020년 26차 기후당사국총회는 1년 미루어져 다음해에 열렸습니다. 소위 COP26은 각 나라별 탄소중립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였기 때문에 각 정부를 압박하는 시민들의 행동이 결정적으로 기후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간이었죠.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서 국회건 정부건 기후위기 비상선언도 탄소중립선언도 했지만, 정치와 정책으로 이를 위한 실행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멀어 보였습니다.
기후유권자
'기후위기는 내 삶의 위기' 지난 3월 20일 한겨레에 '후보들만 모른다. 총선 격전지 당락을 뒤집는 기후유권자의 힘'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후위기가 실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어부의 이야기,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 이야기, 청과물시장 상인, 물난리를 겪었던 점포상인들. 많은 사람들이 기후의 문제를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유권자운동을 하고 있는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 1만7천 명 가운데 기후 유권자의 비율이 33.5%라고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62.5%에 달했고, 이중 60대의 비율이 35.2%로 가장 높았습니다.
녹색연합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기후공약을 채점하는 [선거공보물 언박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wNq8sweSR0I?si=i8D7uoRi69oZeuF2)
맺으며
지난해 비가 너무 잦게 내리자 도시농부들의 농사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전해인 2021년에는 겨울 봄 가뭄이 심해 텃밭농사가 어려웠습니다. 텃밭농사도 이렇게 어려운데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의 농사는 얼마나 어려워졌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기후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도시농부들은 식물공장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업과 먹을거리 정책의 변화는 탄소중립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입니다. 아니 지속가능한 먹을거리체계 없이 어떻게 생태전환을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당락도 중요하지만 선거시기 유권자의 표심이 얼마 만큼의 비율로 표출되었는지도 중요합니다. 기후정책에 표를 주면 그만큼의 힘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릴 것입니다. 현장에서 훌륭한 실천을 넘어, 도시농부들의 기후유권자로써 투표로 기후정치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후보들에게도 목소리를 내고, 기후정책에도 표를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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