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넘어 지역의 치유를 꿈꾸는 우리를 소개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농부꽃마당 본부장 최정임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농부꽃마당> 은 2017년 인천환경운동연합의 토종텃밭 활동으로 만난 회원들이 모여 조용히 시작되었다.
그때는 이렇게 오래 갈 줄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줄도 몰랐다. 그저 흙을 만지고, 씨앗을 나누고, 도시에서도 토종이 살아갈 자리가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만들면서 활동의 방향은 조금 달라졌다. ‘사회적’이라는 말이 사업계획서의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를 계속 묻게 되었다.


단체의 기반이 된 일자리 사업
<일터와사람들>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협동조합과의 만남은 꽃마당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오피스가드너라는 일자리사업을
업무협약으로 함께하며 처음으로 공공일자리를 경험했다. 고용노동부라는 큰 틀 안에서 일자리사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 회계부터 사업 진행까지 하나하나 몸으로 배워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3년의 시간은 많이 힘들었다. 공무원의 일정에 맞춰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답답함, 속도를 내고 싶어도 기다려야 했던 순간들. 원예와 도시농업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행정이라는 벽은 늘 높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많은 기관을 알게 되었고, 원예와 도시농업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지금의 꽃마당 곳곳을 말없이 메워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 활동으로의 확장
어느 순간부터 일자리 사업을 계속하기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사회적 가치에 중심을 둔 지역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억지로 밀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지역에 소문이 났고, 부평구청과 한국폴리텍대학을 통해 신중년의 제2인생을 위한 <가든플래너>교육 협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중년과 정원교육은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렸다. 20~30년을 직장에서 버텨온 마음들이 식물을 만나며 조용히 풀어지는 시간.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얼굴들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보며 이 시간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교육은 어느새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꽃마당에는 사람이 많다. 회원이든 아니든 지역에서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인지 함께 공모사업을 해보자는 제안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비영리단체의 열악함은 분명 존재하지만, 함께라면 가능한 일들이 많다는 것도 현장에서 배워왔다.
2025년 꽃마당의 공모사업만 봐도 그렇다. ‘꽃으로 이어진 우리사이'사업으로 17개 기관과 함께 했고, ‘기억을 가꾸는 정원’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정원교육을 진행했다. 약초정원관리사 과정은 평생교육과 연계한 민간자격증 과정으로 강사를 양성했고, '희망산 숲학교'에서는 교육청 지원을 받아 ESD(유네스코 지속발전교육)와 생태숲 교육을 이어갔다.


또 다른 시도를 꿈꾸며
이 모든 일은 처음부터 계획했던 그림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서 부름이 있었고, 그때마다 꽃마당은 할 수 있는 만큼 응답해 왔다.
2026년, 꽃마당은 또 다른 시도를 꿈꾸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지역의 커먼즈라는 의미를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려 한다. 개인의 치유에서 멈추지 않고, 그 치유가 마을로 이어지는 고리. 정원이 그 연결의 매개가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상상해본다.
여전히 꽃마당은 완성형이 아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흙을 만지며 배운 속도로, 사람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오늘도 우리는 정원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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