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농사와 문화를 잇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가배울 대표 강지연
단체 이름인 ‘가배울’이 무슨 뜻이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배는 추석의 옛말(신라시대)입니다. 신라시대 추석 때 나라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잔치와 놀이를 하였는데, 이를 또한 가배라 했습니다. 울은 뜰, 마당,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가배울은 오래전 축제를 통해 하나로 어울어졌듯이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 사람과 사람들이 함께 어울어져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자는 뜻입니다.

농촌 여성들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이 토종씨앗운동으로
2010년 가배울은 문화 답사, 특히 농촌 여성들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진 여성주의 문화단체로 설립되었습니다. 해남, 강진 지역에 문화답사를 하다 토종 작물들로 요리된 강진의 옛 손맛 음식들을 접하고, 작은 마을인 달마지 마을에서 토종농사를 짓고 있는 아짐(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에 달마지 마을 아짐들이 만든 토종음식으로 도시 회원들과 꾸러미를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토종씨앗 농사가 농경사회 이래 여성들의 농사 문화, 음식 문화, 공동체 문화의 바탕이라는 인식으로 토종씨앗운동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귀농한 농부, 도시농부들이 토종씨앗 농사를 많이 짓고 있지만 2010년대 초에는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대부분 70-80대 여성 농민이었습니다. 여성 농민들의 토종씨앗 문화(토종씨앗농사, 토종음식문화, 농촌공동체문화)에 대한 관심은 토종씨앗 운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토종씨앗 농사는 농업에서 부차적인 존재로 여겨지던 여성 농민의 존재와 역할, 의미에 대한 재발견이기도 했습니다. 생태여성주의 단체로서 연세가 많은 할머니들의 토종농사가 사라지면 토종농사에 기반한 여성들의 농사 문화, 음식 문화, 이를 지속시켜온 공동체 문화, 삶의 지혜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를 지원하고 지키려 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토종 농사를 위한 농산물 사업
그러한 출발로 인해 가배울은 전남 강진에 본점이 있고 서울이 지부입니다. 강진을 기반으로 했던 당시의 농촌 아짐들이 연로하여 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국의 토종 생산지로 기반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단체 활동은 서울 지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토종씨앗 포럼(2017), 토종먹거리 요리교실,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한 마을밥상 강사 양성과정, 농촌 생산지 방문과 토종 농사에 기반한 농촌 체험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2019년 이후에는 토종 농사를 짓는 농민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토종 먹거리를 도시에서 먹고 연결하는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2019년부터 준비해오다 2020년 강진에 토종밥상과 공연, 생산지 탐방이나 문화 기행을 함께 하는 토종식당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토종식당은 운영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경영이 어려워 2023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식당 옆에 작업장을 마련하여 토종쌀 고대미와 토종콩으로 연잎밥을, 토종들깨로 들깨탕을 만들어 즉석식품 제조 판매도 하였는데, 맛은 있었지만 운영이 될 만큼 판매 확장이 어려워 이 사업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의미있는 일들도 사업이 되면 참 힘이 듭니다. 현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토종농산물 유통 판매를 하고 있으며, 카카오채널을 통해 제철 토종농산물(토종콩, 토종감자, 토종참외, 토종고추가루 등등)을 공동구매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종농사와 문화, 그리고 연대
토종먹거리의 사업화에 치중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소홀하게 되었던 단체 회원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도시에서 토종농사와 토종농민을 지원하며 텃밭 활동, 생태문화, 토종밥상, 여성농민과의 연대 활동을 지향하는 활동과 소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원들과 토종 생산지를 방문하고 농촌 활동을 합니다. 언니네텃밭 횡성 오산공동체와 한 달에 한 번 꾸러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토종쌀을 복원하고 보급해온 우보농장을 지원하기 위한 텀블벅 토종쌀 펀딩도 했습니다.
가배울은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한내텃밭의 몇 고랑을 얻어 회원 소모임으로 토종배추와 토종무를 키워 자급자족 김장을 담았습니다. 청방배추와 구억배추, 게걸무 등 몇 종의 토종무를 키우고 토종고추가루로 김장을 담았는데 갓김치처럼 똑 쏘는 그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텃밭가꾸기 단체 카톡방도 운영합니다. 개인 텃밭을 하거나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회원들이 자신들이 하는 텃밭 활동, 작물과 꽃을 키우는 사진과 글로 올리고, 질문과 답변, 정보들을 올리면서 혼자하는 텃밭과 식물 키우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텃밭 탐방도 가고 텃밭 활동에 필요한 강좌도 엽니다. 소모임의 한 예로, 1970년대 유럽의 생태공동체에서 시작된 써클댄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써클댄스는 여러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추는 공동체춤으로 공동체와의 유대, 명상과 치유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나 텃밭에서 함께 추는 써클댄스는 자연과의 교감, 농사에 대한 기원으로 진정한 공동체춤이 됩니다.
올해부터는 지역의 한 여성농민회가 운영하는 채종포를 지원하고 가배울 회원들이 채종포로 농촌활동 가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도시의 회원들이 토종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토종씨앗 농사에 참여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시대에 흙과 씨앗을 살리는 것, 농사와 농민의 의미, 생태적 지향과 실천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배우고 모색하며 연대하는 과정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을 살리기 위해 농민들이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것과 더불어 도시농부들이 자신들의 먹거리로 토종씨앗을 심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도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토종 농사를 지원하고 토종 작물을 소비하며 도시민이 지지하고 함께 할 때 토종씨앗운동은 확장되어 갈 것입니다. 가배울은 그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면서 그것이 우리 자신의 생태적이며 공동체적인 지향과 어떻게 만나고 구체화되어 갈 것인지 그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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