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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농생태학 스터디] 4번째 - 흙을 배우는 사람들

아메바! 2026. 6. 5. 08:06

흙을 배우는 사람들 — 농생태학 스터디, 살아있는 토양 시스템

 

6월 4일 저녁 7시,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화면을 켜고 접속했다. 춘천, 광명, 인천, 오슬로, 어딘가의 농장 한켠에서 — 각자의 자리에 앉아 같은 주제를 앞에 두고 모였다. 농생태학 스터디 2부의 마지막 회차. 오늘의 주제는 토양과 통양의 물, 글리스먼의 농생태학 교재 8장과 9장이었다.

 

2부 전체는 '식물과 환경의 비생물적 요인'을 다뤄왔다. 빛, 온도, 습도, 바람을 거쳐 이제 토양과 물에 이르렀다. 개별 작물과 그 환경 사이의 관계를 생리생태학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3부와 4부에서 펼쳐질 복잡한 상호작용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다들 어느 정도 감을 잡아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파타고니아 영상 한 편으로 시작한 이야기

발제를 맡은 아메바는 본론에 앞서 영상 하나를 틀었다. 파타고니아가 만든 재생농업 3부작 중 두 번째 편. 화면 속 목소리가 말했다.

 

"모든 생명은 6인치의 표토에 달려 있다. 그걸 다 죽이면 우리도 끝이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섬유 기업 파타고니아가 왜 흙 이야기를 하는지, 재생농업이 단순한 농법의 변화가 아니라 토양 회복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8장 토양 — 암석에서 생명까지

강의가 시작됐다. 토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였다.

흙은 그냥 거기 있는 게 아니다. 암석이 물리적 풍화(물, 바람, 온도, 중력)와 화학적 풍화(수화, 가수분해, 용해, 산화)를 거쳐 잘게 부서지고, 거기에 유기물이 쌓이고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부식질이 만들어지는 기나긴 과정의 결과다. 그렇게 만들어진 흙이 바람이나 물, 중력에 실려 이동하면 충적토, 풍적토, 빙하토가 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으면 잔류토가 된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매년 에이커당 0.5~1.5톤의 흙이 새로 생겨나지만, 침식으로 잃는 양은 4~5톤에 달한다. 생겨나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세 배 이상 빠르다. 1cm의 표토층을 만드는 데 수백 년이 걸리지만, 빗물 한 번에 쓸려가는 건 순식간이다. 흙 입자의 크기도 중요했다. 2mm 이하부터 0.05mm까지는 모래, 0.05mm에서 0.002mm까지는 미사, 0.002mm 이하는 점토.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섞인 양토(loam)가 농사짓기 가장 좋은 땅이다. 모래가 많으면 물이 잘 빠지지만 양분 보유력이 약하고, 점토가 많으면 양분은 풍부하지만 배수가 나빠진다.

 

양이온 치환 용량(CEC) 이야기도 나왔다. 흙 속 점토 입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띠어 칼슘, 마그네슘, 칼륨 같은 양이온을 붙잡아 두는데, 이 능력이 높을수록 걸음기 좋은 땅이다. 순수한 유기물의 CEC는 200에 달하지만, 모래흙은 고작 3 수준. 유기물 함량을 높이면 CEC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퇴비를 왜 넣어야 하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구 한계(Planetary Boundaries) 이야기도 나왔다. 질소와 인의 순환은 이미 임계선을 훌쩍 넘어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인은 암석에서 기원해 지질학적 시간으로 순환하는데, 인간의 농업 활동이 이 순환을 끊어놓고 있다. 채굴된 인광석으로 비료를 만들어 뿌리고, 그게 바다로 흘러들어 퇴적물이 되면 다시 쓸 수 있기까지 수천만 년이 걸린다. 이번 세기 중반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건강한 흙 1g에는 박테리아 10억 마리, 원생동물 수천 마리가 산다. 이 미생물 피라미드가 토양 먹이그물을 형성하고, 유기물을 분해하며, 탄소를 격리하고,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양분을 만들어낸다. 떼알구조, 양이온 교환 용량 증가, 병원균 억제까지 — 이 모든 게 살아 있는 흙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다.

 

그러므로 토양 관리의 세 가지 축은 명확하다. 유기물 투입을 늘리고, 경운 강도를 줄이고, 작부 체계를 다양화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쓰일 때 잠재적 부작용을 서로 상쇄하면서 시너지를 낸다.


9장 토양의 물 — 단순한 투입의 문제가 아니다

강의 후반부는 토양 속 물이었다. 준비하면서 보니 토양보다 오히려 더 어렵고 내용도 많았다며 아메바가 웃었다.

 

물이 흙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짚었다. 빗물이 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침투, 내부에서 중력을 따라 더 깊이 스며드는 스며듦, 표면에서 대기로 날아가는 증발, 뿌리를 통해 기공으로 빠져나가는 증산. 그리고 조금 낯선 개념 하나 — 수압 재분배.

야간에 뿌리는 물이 많은 쪽에서 부족한 쪽으로 물을 옮긴다. 말라 있던 흙이 뿌리를 통해 다시 촉촉해지는 현상이다. 식물이 스스로 토양 수분을 재분배한다는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감탄이 나왔다. "식물의 지혜네요." 이종국 참여자가 말했다. "살아 있는 것들이 이렇게 균형을 찾아가는 걸 보면 참 감탄스러워요."

 

토양 수분의 가용성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흙 속 물은 모두 식물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31바 이상의 압력으로 입자에 강하게 달라붙어 있는 부착수는 식물이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0.3바 이하의 중력수는 너무 약하게 붙들려 있어 곧 빠져내려간다. 결국 식물이 실제로 쓰는 물은 그 사이의 모세관수, 즉 유효수다. 물이 충분히 있어 보여도 영구 시들음점(약 15바)에 가까운 부착수만 남아 있다면 식물은 결국 말라 죽는다.

 

관개의 부작용도 짚었다. 지하수 과용, 토양 침식, 강과 습지 생태계 손상, 그리고 무엇보다 염류 집적. 증발이 활발한 지역에서 물을 계속 대면 모세관을 타고 올라온 염류가 표면에 쌓인다. 캘리포니아 중부의 염류 피해 토지 사진이 화면에 나왔다. 하얗게 굳어버린 땅이었다. 관개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생태계 기능을 크게 바꾼다.

 

마지막은 증발 억제 전략이었다. 옥수수는 수수, 조처럼 증산 효율이 높은 작물을 선택하는 것, 유기물 덮개로 증발을 막는 것, 그리고 흥미롭게도 '흙가루 덮개' — 표면의 흙을 살짝 건조하게 만들어 모세관 물기둥을 차단하는 방식. 할머니들이 호미질을 하던 이유가 풀을 매는 것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핵심 메시지는 하나였다. 물은 단순한 투입의 문제가 아니라 토양·식물 접점에서 작동하는 생태학이다. 관개와 배수로 수문 상황을 대규모로 통제하려는 관행 농업보다, 강우 조건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하늘바라기 농업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가능하다.


텃밭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

강의가 끝나고 박중구 참여자의 진행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소그룹 없이 전체가 함께 둘러앉는 방식이었는데, 이게 오히려 좋았다. 이름도 다르고 농사 규모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공간에 쌓였다.

 

먼저 이번 강의 소감부터 돌았다. 정지나 참여자가 솔직하게 말했다. "현실과 잘 연결이 안 되긴 하는데, 그래도 은연중에 하나씩 귀에 들어올 때가 있어요. 빠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김보혜 참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를 이해하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라고 했다. 이종국 참여자는 오래전 도시농업 관리사 공부를 하면서 익혔던 단어들이 이번 스터디를 거치면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수압 재분배 이야기에서 유독 감탄했다고 전했다.

 

소감이 끝나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화두는 하나였다. 살아 있는 흙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시도했는가.

무경운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정지나 참여자가 물었다. "5년째 무경운 멀칭 농사를 하고 있는데, 작물 영양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지거든요. 5년 버티면 정말 좋아진다는 게 맞나요?"

 

최유리 참여자가 받았다. "멀칭은 하시는데, 유기물을 덮는 것 외에 따로 투입하는 게 없으신 거잖아요. 그렇다면 적극적인 영양 공급이 필요할 수 있어요. 퇴비 멀칭을 병행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저는 예전에 컴포스트 티를 만들어서 관수할 때마다 액비로 공급했어요. 탄질비를 맞춰서 층층이 쌓는 라자냐 가드닝 방식으로 밭을 만들었더니 2주 만에 파종 가능한 상태가 됐어요."

 

이종국 참여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외부 투입보다 토양 안에서 미생물과 지렁이들이 순환하는 때알구조 형성이 더 중요해요. 저도 산에서 미생물 배양체를 가져와서 땅속에 섞기도 하고, 지렁이 분변토도 써보고, 녹비 작물도 키워봤는데 탄질비가 안 맞으면 질소 기아가 생겨서 작물이 노랗게 되더라고요.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안에서 돌아가게 만드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박중구 참여자도 경험을 나눴다. "무경운 2년쯤 지나니까 흙이 보슬보슬해지는 걸 느꼈어요. 근데 단년생 작물들은 그래도 뭔가를 투입하지 않으면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더라고요. 씨앗이 자연 낙하해서 자란 아이들은 어느 정도 스스로 유지되는데, 새로 심어줘야 하는 작물들은 퇴비나 외부 유기물 공급이 병행돼야 하는 것 같아요."

 

전태현 참여자는 무경운 초기 5년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잡초와의 경쟁에서 작물이 밀려요. 무경운 밭에서 번진 잡초가 옆 경운 밭까지 넘어가는 일도 있었어요. 5년은 수확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아요. 콩과 작물로 질소를 고정하고, 단년생 작물을 활용해서 생태적 원리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다가 스스로 덧붙였다. "아까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말한 것 같은데, 저는 무경운 대찬성이에요. 우리 땅과 우리 작물에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조은하 참여자는 광명에서의 경험을 전했다. "처음에 척박했던 땅이 5년 지나고 나니까 엄청 부드러워졌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밭이 너무 예쁘다고 보다가 회원 가입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근데 너무 많이 투입하면 작물이 그걸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도 너무 자주 주면 가뭄이 왔을 때 먼저 쓰러지잖아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작물의 관점에서 적당함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순심 참여자는 학교 텃밭에서의 경험을 나눴다. "2년 전에 틀밭을 재배치하면서 경운을 한번 싹 했더니 땅이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 버렸어요. 그때 아, 이게 있었구나 싶었죠." 그리고 올해 있었던 일을 전했다. "작년까지 없었던 땅강아지를 올해 발견했어요. 제초제를 안 쓰니까 돌아오더라고요. 그게 올해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김정숙 참여자는 가축분 퇴비를 쓰면서 유효인산 수치가 높게 나오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생물 다양성을 만들려고 인위적인 자재를 전혀 안 쓰는데, 막상 풀과 작물이 경쟁하다 보면 작물이 정말 약한 존재라는 걸 느껴요. 제 밭에 두꺼비도 있고 독사도 있고 지렁이도 엄청 많은데, 지렁이가 많다고 훌륭한 밭은 아니라는 말도 들어서…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 실감해요."

 

경운에 대한 현실적인 발언 하나

토론이 이상론으로만 흐를 뻔할 때, 유기농으로 천 평 가까이 짓는 안병덕 참여자가 현실적인 발언을 했다.

"저는 경운을 합니다. 유기물이 충분하면 경운 후에도 미생물 시스템이 2주에서 4주면 회복된다고 GPT한테 물어봤어요." 웃음이 나왔다. "소로 밭을 갈던 것도 경운이잖아요. 삽으로 뒤집는 것도 경운이고요. 경운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기보다 규모와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물 주기 기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지나 참여자가 물었다. "물 주기를 어떻게 결정하세요?" 아메바는 "저는 거의 안 줘요. 액비 줄 때 물 타는 정도"라고 했고, 최유리 참여자도 "사실 못 주는 거에 가까워요. 넓어서. 활착 돕는 것 외에는 하늘에 기대는 편"이라고 했다. 안병덕 참여자는 "600평이니까 일일이 물을 줄 수가 없어요. 감자 비대기나 배추 결구기 같은 꼭 필요한 시기에만 줍니다"고 했다.

 

장마철 물 관리 이야기도 나왔다. 박중구 참여자가 밭 입구 경사지에 서양톱풀과 클로버를 이식해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논을 복토한 오공팜의 김하영 참여자는 클로버를 대거 심었더니 배수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경험을 전했다. 이종국 참여자는 "흙의 유실을 방지하는 게 밭 설계의 핵심이에요. 고랑이 물길도 되지만, 물이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설계가 필요해요. 빗물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가두는 방향으로요"라고 정리했다.

 

마무리에서 나온 한마디

토론 끝자락, 직접 농사를 짓지 않지만 다양한 농부들을 만나온 벗밭 참여자가 말했다.

"기다리는 시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버텨낼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하고 싶어요. 도시농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잠깐 멈추더니 덧붙였다. "'때알구조'가 순우리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표현이 참 좋았어요."

 

흙이 살아 있다는 것, 그 살아 있는 흙을 만들어 가는 일이 얼마나 긴 호흡을 요구하는지 — 두 시간 반 동안 함께 이야기했다. 암석이 풍화되어 흙이 되는 수백 년의 시간,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부식질을 만드는 과정, 뿌리가 밤사이 물을 재분배하는 조용한 움직임. 그 모든 이야기를 배우며 각자의 밭 이야기를 꺼냈다.

 

2부가 끝나고 3부가 시작된다. 7월 3일, 더 완전한 개체 생태학의 관점으로 — 상호작용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