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텃밭이 사라졌다.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학교에 텃밭이 사라졌다.

박중구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해서,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매년 나오고, 텃밭은 제일 공략하기 좋은 공간이다. 학교는 다양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 있는데, 충분한 숙의가 아닌, 행정적 처리를 통해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박중구 이사장은 텃밭의 인연으로 호반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사하고, 학교를 중심으로한 공동체활동, 마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회장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30년이 조금 넘은, 구도심에 있는 작은 학교이다. 학생이 200명을 조금 넘고, 매년 입학생이 줄어들어가고 있다. 주변의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단지가 재개발될 때까지는 학생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의 시간에 비해 운동장에는 큰 나무가 없다. 30년 정도 자란 은행나무 또는 느티나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늘과 쉼터를 만들어 주었을 텐데라는 아쉬움 있다. 그나마 있는 녹지 공간도 매년 주차장, 화단정비, 정문 공사 등을 통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매년 5월이면 화단에 피던 할미꽃이 화단 정비 과정에서 사라졌다. 오랫동안 학교를 지켜오고 있던 할미꽃이었는데, 교직원들 중에는 사라진 것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듯하다.

 

그나마 부족한 공간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 학교 뒷산이다. 뒷산은 학교부지, 공공의 부지가 아니고 사유지이다. 이 사유지를 학교가 매년 무상임대를 해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래는 폐기물들이 쌓여 있던 공간이었는데, 10여 년 전에 교직원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정리하고, 버리고, 버려서 아이들이 텃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배추를 기르고, 김장을 하고, 뒷산을 뛰어올랐다. 학교에 있는 삽은 모조리 들고 올라가서 산 중턱에 아지트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밧줄을 걸어 밧줄놀이도 하고, 티피 텐트 속에서 숨어 놀기도 했다. 산 밑에 있다 보니, 고라니가 자주 출몰해서 아이들이 심은 작물을 자주 뜯어먹어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춘천 호반초등학교 텃밭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춘천 호반초등학교 텃밭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그러던 중 올해 학교에서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무상임대가 이뤄지지 못했다. 임대를 한 부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토지 소유주가 책임을 져달라는 요구를 학교에서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협의 끝에 임대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동안 텃밭 운영을 위해 만들어 두었던 틀밭, 밧줄 놀이들은 철거되어 나갔다. 지금은 개인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운영, 정부의 정책, 관리자들의 계획 속에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말하면 입만 아픈 텃밭의 효용성을 관리의 측면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도 학교텃밭은 없어지고, 다른 학교에서는 텃밭을 정비하고, 새로 만들고 있다. 언제까지 도돌임표 같은 이런 일들이 이뤄질까?? 지속가능한 학교텃밭 운영을 위한 정답은 없고, 누구 한 명의 노력만으로도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을 기다리며, 고민 또 고민이다.

2022년 학교텃밭에서 열린 텃밭놀이터에서 군고구마를 굽는 박중구 이사장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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