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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이창우 컬럼] 일본의 시민녹농지 구상 2 - 다몬지 교류농원 사례와 가능성

아메바! 2024. 8. 6. 15:17

도쿄도 다몬지교류농원 (출처 https://sumidasdgs.onamaeweb.jp/?p=547)

 

 

시민녹농지 사례: 다몬지 교류농원

 

도쿄도 스미다구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인 도쿄 스카이트리가 있어 유명하다. 23개 자치구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녹지 비율이 낮고 농가나 농지가 전혀 없다. 스미다구 북부에 있는 다몬지 교류농원은 주택가에 있는 다몬지(多聞寺)라는 절이 소유한 660㎡ 공한지를 한 지역사회단체가 2017년에 무상으로 빌려 2018년에 개장했다. 다몬지 교류농원은 2022년 스미다구 최초로 시민녹지로 인정받았다.

 

시민주도성, 공공성, 지속성은 시민녹농지를 판단하는 요소다. 이 3가지 관점에서 다몬지 교류농원 사례를 살펴본다.

 

① 시민주도성

다몬지 교류농원은 ‘데라지마·다마노이 마을만들기협의회’(이하‘데라다마’라 한다)가 주도해 만들었다. 데라다마는 스카이트리 건설 계획을 계기로 2007년에 근린상점가가 설립한 ‘데라지마·다마노이 지역활성화위원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실 다몬지 교류농원은 토종 데라지마 가지를 부활시켜 지역활성화에 활용하고자 하는 데라다마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에도 시대부터 지역 특산이었던 데라지마 가지는 도시가 발전하고 농지가 사라지면서 잊혀졌다. 10여 년 전 츠쿠바 시에 있는 농업생명자원연구소의 유전자은행에 데라지마 가지의 종자가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데라다마는 그 종자를 얻어 2012년 역전의 화단에 심는 작업을 비롯해 보급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데라지마 가지를 본격 재배할 곳을 물색하던 차에 지몬지 주지와 상담한 결과 공한지를 무상으로 빌릴 수 있게 되어 농원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데라다마 홈페이지에는 데라지마 가지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십여 곳이 지도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데라다마 회원은 26명이다. 2011년 단체 활동의 거점이 될 다마노이 카페를 개업했다. 2014년에 마을만들기협의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7년에는 고향 납세를 통한 크라우드펀딩 수급자격을 얻기 위해 비영리법인격을 취득했다.

농원 설계는 데라다마 회원인 건축설계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부지에는 12개 나무틀에 24구획으로 나뉜 상자텃밭이 있다. 1구획 면적은 11.5㎡로 전체 텃밭 면적은 276㎡다. 농원에는 유료 임대 구획, 데라지마 가지 공동재배 구획, 어린이용 구획이 있다. 잔디밭, 비오톱, 피자 화덕과 같은 시설을 주민이 직접 만들었다. 광장과 도로 포장, 화단, 포도나무 시렁도 주민이 직접 정비했다. 농원 출입문은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회원이 만들었는데 ‘사람을 잇는다’라는 스미다구의 슬로건을 의식해서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제작했다. 이와 같이 주민들은 힘을 합쳐 손으로 직접 만들면서 이 농원이 자신들의 공간이라고 하는 감각을 키워왔다.

 

② 공공성

다몬지 교류농원이 있는 곳은 목조주택 밀집지역이다. 길이 좁고 작은 주택이 많아 지진이나 화재에 취약하다. 농원과 같은 오픈스페이스는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긴급시 피난처 역할을 한다. 여러 대의 탱크에 저장된 빗물은 평상시에는 작물에 물주기용으로, 비상시에는 소방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농원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소통하는 공동체 형성 장소를 제공한다. 채소를 함께 수확하고 그 자리에서 먹으면서 식생활 교육을 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 교류광장을 정비해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휴식과 자연을 접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농원 출입문에 자물쇠가 없어 누구나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스미다구가 운영하는 적응지도학급이나 어린이집과 연대해 어린이를 농원에 초대하기도 한다. 2019년에는 농원 이용자를 위한 강습회를 열었고 교류 광장의 시설을 보강했다. 감자 캐기 행사 이외에도 여름에는 가지, 가을에는 땅콩을 수확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화덕에서 피자 만들기 이벤트를 열었을 때에는 1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2022년에는 휠체어 이용자도 농작업을 할 수 있게 장애인용 상자텃밭을 설치했다.

 

③ 지속성

다몬지 교류농원은 인정시민녹지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5년간 사용권을 보장받고 이후 5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남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 사용하지만 토지소유자와 주민간의 관계가 좋아 안정적으로 농원을 운영할 수 있다.

튼튼한 재정도 지속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재원은 세븐일레븐 기념재단의 환경시민활동조성금, 크라우드펀딩, 임대농원 구획이용료, 이벤트 수입 등 다양하다. 주된 재원은 농원 회원에게서 받는 회비다. 24구획을 임대하고 있는데 1구획 당 월 회비가 5,000엔으로 1년에 144만엔의 수입이 있다. 수확물을 이용한 초목 염색을 비롯한 이벤트 참가비가 연 수십만엔, 데라지마 가지의 모종이나 수확물 판매액이 연 수만엔이다. 2019년에는 ‘스미다의 꿈 응원 보조금 사업’의 지원 대상이 되었다. 사업 수행을 위해 고향 납세를 활용한 크라우드펀딩을 했다. 고향 납세란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고향 사랑 기부와 비슷하다. 기부금 중 2,000엔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소득세와 주민세를 환급·공제 받는다. 크라우드펀딩으로 171만 5,000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데라다마는 2023년 스미다구의 자원순환·지역연계 촉진 보조사업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테라시마 나스 공부회의 모습 (사진 제공 : 테라타마)
데라지마 다마노이 마을만들기 협의회의 오가와 고우 사무국장, 우시히사 미츠지 이사장
가을 수확 축제 모습 (사진제공 : 테라마타)

 

도시농업 저변 확대에 기여

 

사례 분석을 통하여, 시민녹농지가 시민이 주도하여 공공성 있는 농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도시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녹농지가 아직 구상 단계여서 엄밀하게 말해 다몬지 교류농원은 구상을 실천에 옮긴 사례라기보다 결과적으로 구상에 가장 가까운 사례라고 보면 된다.

언뜻 보기에 다몬지 교류농원이나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이음텃밭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유휴지 활용 공동체텃밭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안정적으로 공한지를 이용할 수 있게 법과 제도로 보장 받고, 다양한 재원을 마련해놓은 점 등에서 차이점이 보인다. 좀 더 큰 시각에서 볼 때 시민녹농지 구상이, 인구가 줄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 도시공간 이용방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도시를 추진하면서 녹지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예산으로 공원녹지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시민녹농지 구상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제도화된다면, 적은 예산으로 도시녹지를 늘리는 한편 도시농업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일본도시계획가협회 생산녹지연구회, 2024, 『도시의 농을 생각한다: 농적 활동의 신전개와 시민녹농지의 제안』, 도시농지활용지원센터.

신포 나오미, 2023, 『마을을 바꾸는 도시형농원: 커뮤니티를 키우는 공지 활용』, 학예출판사.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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