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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이창우 컬럼] 일본의 시민녹농지 구상 1 - 시민녹농지(市民綠農地)란?

아메바! 2024. 7. 11. 12:44

사진출처: 도시농지활용지원센터 https://www.tosinouti.or.jp/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시민녹농지라는 제3의 오픈스페이스

 

시민녹농지? 한자로는 市民綠農地다. 시민, 녹, 농지 모두 아는 말인데 합치니 낯설다. 일본도시계획가협회 생산녹지연구회가 제안한 개념이다. 도시농지활용 지원센터가 2024년 펴낸 책 『도시의 농을 생각한다』에 처음 소개되었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수년간 수십 명이 참여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녹농지는 시민이 주도하여 공공성 있는 농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도시 공간이다.

 

지구 차원의 환경·식량 문제, 인구 감소에 따른 빈집·공지 증가와 같은 사회문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는 개념이 시민녹농지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농산물가격 폭등에 따라 먹거리 불안을 느끼며 농업에 관심이 많다. 탄소중립도시가 추진되면서 도시 녹지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다. 이러한 가운데 공원·녹지도 아니고 농지도 아닌 시민녹농지라는 제3의 오픈스페이스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시민녹농지 이해하기

 

인구감소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빈집이나 공지가 늘고 있다. 성장시대에 만든 도시공간 관리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 도시녹지법이 개정되어 농지가 녹지에 포함되면서 공원과 녹지와 도시농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 변화가 시민녹농지 제안의 배경이다.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공공성 있는 농업활동을 하는 공간이 시민녹농지다. 공공성 있는 농업활동이란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공동체 형성, 먹거리교육을 위한 농업체험, 장애인이나 어르신 야외활동을 뜻한다. 특히 시민녹농지에서 말하는 농업활동은 농작물 재배를 계기로 다른 사회적 활동 영역과 조직적으로 연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시민녹농지는 공공성이 강조된다는 면에서 개인 여가활동을 위한 시민농원과 구별된다. 관리주체가 지자체가 아니라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농업공원과도 다르다.

 

시민녹농지는 시민녹지 제도와 관련이 있다. 일본의 시민녹지에는 ‘계약 시민녹지’와 ‘인정 시민녹지’가 있다. 계약 시민녹지는 지자체와 토지소유자간 계약을 맺어 민간 소유 토지에 조성하는 녹지를 말한다. 인정 시민녹지는 비영리법인이나 기업이, 기초지자체장이 인정하는 계획에 따라 민간 소유 토지에 조성하는 녹지를 말한다. 어느 경우든 토지소유자는 다양한 세제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일본의 계약 시민녹지는 우리나라에 녹지활용 계약 제도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어 있으나 인정 시민녹지는 아직 도입되어 있지 않다. 시민녹농지는 시민녹지보다 더욱 공공성이 강하고 더욱 많은 세제 지원과 같은 우대책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일본 도시계획가협회는 도시공원에 설치된 공원시설 종류에 시민녹농지를 추가하기를 바란다. 계약 시민녹지와 인정 시민녹지에 덧붙여 제3의 시민녹지로서 시민녹농지를 제도화하기를 제안한다. 시민녹농지를 제안한 취지는 법인이나 개인뿐 아니라 임의단체도 시민녹지를 관리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데 있다. 시민녹농지의 대상공간도 농지, 공원, 공유지, 공한지, 옥상과 옥외공간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녹농지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활동내용, 대상공간, 관리주체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농지법, 도시농지 임대차 원활화법, 도시공원법, 도시녹지법의 특례조치도 필요하다.


* 시민녹농지의 사례인 다몬지 교류농원 이야기는 웹진 다음 호에 실릴  일본의 시민녹농지 2에서 다룬다.

 

참고문헌

일본도시계획가협회 생산녹지연구회, 2024, 『도시의 농을 생각한다: 농적 활동의 신전개와 시민녹농지의 제안』, 도시농지활용지원센터.

신포 나오미, 2023, 『마을을 바꾸는 도시형농원: 커뮤니티를 키우는 공지 활용』, 학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