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 통과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미국 뉴욕주 상원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이 통과되었다. 올해 3월 5일의 일이다. 도시농업 관련 10개 법안이 한 묶음으로 가결되었다. 도시농업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농지 개념을 확장하고, 탄소농업 조세감면 제도를 신설하는 등 혁신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우리나라에서의 추진 가능성을 살펴보기 전에 패키지법안이 무엇이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 알아본다.
패키지법안의 정의와 국내외 사례
패키지(package)는 묶음으로 파는 상품을 의미한다. 여행사 주관 단체여행도 패키지라 한다. 패키지는 포장용기를 뜻하기도 한다. 결국 패키지법안은 2개 이상의 법안을 하나로 묶어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을 말한다. 포괄법안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 아래 관련 법안들을 묶으면 발의 의원 및 주도 정당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에 힘입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법 개정을 할 수 있는 것이 패키지법안의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12월, 근로기준법·상법·채무자회생법 일부 개정안을 묶은 ‘외투기업 규제를 위한 패키지법안’이 발의됐다. 2020년 12월, ‘유턴기업의 국내정착 지원 패키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소득세율 인하, 재산세 감면, 자녀 세금 공제 확대 관련 법 개정안들을 일괄적으로 묶은 패키지법안이 추진 중에 있다. 유럽연합 의회는 올해 승인한 ‘신규 자금세탁방지 패키지법안’을 통해 가상화폐 익명거래 방지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패키지법안 사례가 다수 있다.
뉴욕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의 주요 내용
1. 스타트업과 소농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 개념 확대: 뉴욕주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1056-A(여기서 S는 상원을 뜻하는 Senate의 약자로 상원 발의 법안을 의미함.)는 '농업 생산에 이용되는 토지'의 정의를 확대하여 스타트업, 신규 및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농업용 토지를 보호하고자 한다.
2. 영농 핫라인 개설: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2236은 코넬대학교 농업기술원에 영농 핫라인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원스톱 핫라인은 세금 공제 프로그램, 초보 농민 대출, 지속가능한 농사기술 등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농민에게 제공한다.
3. 주 공공기관에 지역농산물 구매 목표 설정: 재정법 개정법안 S3125는 주정부 산하기관이 구매하는 뉴욕주 생산 먹거리의 조달 목표를 정하여 지역농장 및 식품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4. 농장 소유권 상속 및 승계 관련 프로그램 지원: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2407은 농장 소유권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농장을 매각할 계획이 있는 농장 소유주가 사용할 수 있는 툴킷을 제공한다.
5. 도시농업부서 신설: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2415는 뉴욕주에 도시농업 전담부서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농업 및 시장법에 나오는 공동체텃밭정원 또는 텃밭정원이라는 용어를 모두 도시농업으로 수정한다.
6. 주 화재예방 및 건축법 위원회에 농업생산자 포함: 행정법 개정법안 S1218은 주지사가 임명하는 주 화재예방 및 건축법 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농업생산자를 대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옥상농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7. 농부시장 확대: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1365는 주내에서 생산된 식품 및 농산물의 직거래를 위한 광역 농부시장의 수를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8. 사과발효주 직배송 허용: 주류관리법 개정법안 S1999는 뉴욕주 생산 사과발효주의 주내 직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주는 미국에서 사과 생산량이 상위권이며 사과발효주 생산업체가 가장 많은 주다. 이 개정법안은 뉴욕주 사과발효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뉴욕주 사과 재배자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9. 탄소농업 세액 공제 및 탄소격리 승인 규정 개발: 농업 및 시장법 개정법안 S4270은 탄소농업 토지관리 전략을 통해 탄소격리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농부에게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환경보전국이 탄소격리량 또는 배출량 감축 인증과 관련된 규정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10. 먹거리 관련 뉴욕 건강 인센티브 프로그램 시행: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법안 S3069는 저소득층 보충영양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의 구매를 장려하는 한편 농장 및 관련 기업에 대한 지역 투자를 늘리고자 한다. 이를 통해 뉴욕 건강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뉴욕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의 추진 의의와 향후 전망
뉴욕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은 농업 및 시장법, 재정법, 행정법, 주류관리법, 사회복지사업법 등 5개 법에 걸친 10건의 개정법안을 하나로 묶었다. 이 패키지법안은 뉴욕주가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먹거리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고 있다.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환경보호를 촉진하고 농업부문의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뉴욕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은 도시농부나 도시농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농업인과 일반 농업도 포함하여 폭넓게 접근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뉴욕주는 도시와 농촌을 아울러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이 패키지법안에 담았다.
상원에서 발의해 통과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은 현재 하원으로 넘어가 있다. 뉴욕주 상원의원 63명 중 민주당 의원이 42명(66.7%)이고 하원의원 150명 중 민주당 의원이 102명(68%)이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 추진 방향
우리나라에서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을 추진한다면, 관련법을 5개 이하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이 많으면 한 주제로 묶기 힘들다. 패키지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어 탄소중립도시 실현이라는 공통 주제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명칭은 ‘도시농업 패키지법안’도 좋지만 ‘탄소중립도시 실현을 위한 패키지법안’도 고려할 수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 관련 법률들을 광범위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녹지의 범위에 도시 농지를 포함하는 도시공원녹지법 개정안이 가능하다. 지역농산물에 도시농업 생산물을 포함하기 위해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도 가능하다. 농지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도시농업 활동을 추가하기 위해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개정안도 검토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의 끝을 노려보아도 빛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농업이 그 어둠의 끝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횃불이 되었으면 한다. 뉴욕주 도시농업 패키지법안에서 우리나라 농업 부활의 불씨를 찾아보자.
[관련자료]
뉴용주 도시농업 패키지 법안 https://youtu.be/BiPXRuU9J08?si=0tYgYa0c8-jM9H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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