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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식용도시 10문 10답 - 2부, 기후전환시대 식용도시의 의미

아메바! 2025. 3. 17. 17:12

* 지난 호에서 식용도시 10문 10답 1부(1문~5문)를 다루었습니다. 이어서 6문~10문을 2부에서 다룹니다. 주목받는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식용도시운동을 고민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식용도시 10문 10답 제2부(6문∼10문)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6. 토드모던 방식을 따르는 다른 도시의 모범사례가 있나요?

프랑스의 렌(Rennes)에서는 2013년에 놀라운 식용도시(Incredible Edible: IE) 텃밭이 한 교회 소유 부지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15개소의 토드모던 방식 텃밭이 있습니다. 렌의 식용도시 운동은 공동체의식 제고와 생태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춥니다. IE 텃밭을 찾아가는 자전거 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IE 렌은 외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활동에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시당국과 시의회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캐나다 몬트리올의 웨스트마운트(Westmount) 자치구에서 2010년 한 여성이 구청 담당자를 찾아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거리 화분에 예쁜 꽃이 많이 심어져 있더군요. 멋있어요. 그런데 채소도 심으면 안 되나요?”담당자가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앞으로 채소도 좀 심어보겠습니다.”이렇게 해서 케일과 근대를 심기 시작했고 곧 이어 파슬리, 바질 같은 허브도 심었습니다. IE 웨스트마운트 팀은 행정기관과 협력해 보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채소를 키우는 화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누구든 IE 텃밭에 물을 주거나 작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에 있는 공동체텃밭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공공공간을 활용한 공유텃밭이 늘면서 시민이 식용도시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런던 자치구 램버스(Lambath)에는 식용 버스정류장(Edible Bus Stop: EBS)이 있습니다. EBS는 공동체이익회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게릴라 가드닝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EBS와 행정기관의 협력 사업이 되었습니다. 2013년 초 런던시로부터 미니공원 조성사업 보조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식용 버스정류장의 창립자 맥 길크리스트(Mak Gilchrist)는 말합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작은 공터를 매각하고 그곳에 주택을 짓겠다는 시당국의 계획 공고문이 가로등 기둥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 땅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어요. 동네에 전단지를 돌렸고 펍(선술집)에 30명 정도가 모였어요. 그때가 2011년 3월이었습니다. 제가 게릴라 가드닝에 대해 말하자 모두 미소를 지었어요. 우리는 주민이 힘을 합쳐 공공공간을 개선하면 동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식용식물을 심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기존 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여러 텃밭정원을 연결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322번 버스노선이 첫 번째 텃밭정원 옆을 지나고 있어서 식용 버스정류장이 탄생했습니다. 2013년 5월 지역 주민과 언론의 큰 호응 속에 최초의 식용 버스정류장이 개장했습니다.”

 

EBS가 식용식물을 심는 이유는 식용식물이 그냥 꽃보다 낯선 두 사람 사이의 대화 주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1호 식용 버스정류장에는 과일나무, 옥수수, 근대, 허브, 해바라기가 자랍니다. 주민들이 식용 버스정류장을 관리합니다. 새로 마련한 벤치는 앉아서 텃밭정원을 바라보거나 점심을 먹거나 버스를 기다리기에 좋습니다. 재개발 공사장에서 얻어온 화강암 연석을 재활용해 텃밭정원 옹벽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참여가능한 텃밭 가꾸기 행사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립니다. 수확의 날이 있으며, 가장 많이 참여하는 사람들이 먼저 수확하고 나머지는 나눠 먹습니다. 웨스트 노우드에 있는 2호 식용 버스정류장에는 토종작물만 심었습니다. EBS는 앞으로 런던교통공사와 협력해 런던 전역의 17,800개 버스정류장뿐 아니라 지하철역과 기차역에도 텃밭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7. 안더나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2010년 안더나흐에서는 튤립 대신 토마토를 키우고, 장미 대신 포도를 키우고, 공원에서 상추를 키우고, 라인 강변에서 양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붐가든과 코작의 비전과 추진력에 힘입어 밀고나갔습니다. 사업 범위가 계속 커졌고,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시민들은 아름다운 텃밭 디자인과 무료 수확 기회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2년에 안더나흐는 국제원예대회인 '앙탕트 플로랄'에서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2013년에는 독일환경지원이라는 환경단체가 주최한 '살기 좋은 도시'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그 후에도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사업의 초점이 도심에 있는 성벽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에 있었습니다. 2010년 세계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야생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통 작물의 유전적 침식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성벽 옆에 여러 품종의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400여 품종이 있는 토마토가 작물 유전자원 분야에서 생물다양성의 흥미로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텃밭에서 모든 시민이 자신의 책임 하에 수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식용도시 사업의 수용도가 높아졌습니다.

 

방치되거나 구석진 곳이 사업 장소로 선택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 공공기물 파손의 위험성이 집중 논의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반달리즘(공공시설 훼손행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텃밭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고 요리법이 교환되었으며, 텃밭이 만남의 장소로 발전했습니다. 부족한 가계 예산을 보충하려 수확하는 시민도 있고, 저녁 식사에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려고 퇴근길에 수확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과일이 수확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과일의 숙성 단계에 대한 무지와 앞으로 수확할 과일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죠.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호등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빨간색은 ‘수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 노란색은 ‘배고플 때만 수확’, 초록색은 ‘수확할 준비가 됨.’을 의미하는 색깔 카드를 텃밭에 배치한 것이죠.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민에게 호감을 주고 통제가 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올해의 채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매년 한 가지 종류의 채소가 중심이 되어 농업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010년은 토마토의 해였고, 이후 콩, 양파, 양배추, 딸기, 호박 등으로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2010년에는 101종의 토마토를 심었고, 2011년에는 100종의 콩, 2012년에는 20종의 양파를 심었습니다. 2013년은 양배추의 해였습니다. 2019년은 호프의 해였습니다.

 

성벽 인근에 작은 포도밭을 만들어 누구라도 포도를 따서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 후 다양한 과일 나무, 상추, 애호박, 딸기와 허브가 추가되었습니다. 남향의 한 성벽에는 2012년에 '식용 성벽'이 설치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카키, 껍질째 먹는 아몬드, 무화과, 비터 오렌지, 인도 바나나와 같은 지중해 연안 과일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잊혔던 품종들이 안더나흐에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코작은 말합니다. “시민 여러분이 직접 열매를 따고 씨앗을 가져가 주길 바랍니다. 씨앗을 가져가 정원에 심어 희귀 품종을 번식시키세요. 이것이 바로 농업 생물다양성입니다. 우리는 도시 내에서 종자를 수집하고 증식하고 확산시키려 합니다.”

 

초등학교에 현대적인 학교텃밭이 조성되고 이동식 학교텃밭으로 보완되었으며 양봉도 시작했습니다. 도심에는 바퀴 달린 나무 팔레트를 받침대로 사용하는 이동식 텃밭을 많이 설치했습니다. 향기 나는 약초를 다양하게 심어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대중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역 소매업체들도 주제별 식재(예를 들면 약국 앞에 약초 심기)를 통해 텃밭 유지 관리에 참여했습니다.

 

안더나흐에서는 장기 실업자를 고용해 텃밭을 관리합니다. 장기 실업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회사인 퍼스펙티브와 함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2014년까지 6명의 실업자가 숙련된 정원사의 지도 아래 일했는데, 2015년부터 고용 직원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20명이 넘습니다. 텃밭 가꾸기에는 자원봉사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는 장기적으로 식용도시 텃밭의 관리 권한을 시민에게 넘겨줄 계획입니다.

 

안더나흐는 방송과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시민단체, 지자체, 협회들이 매년 150회 정도 안더나흐에 견학을 옵니다. 2013년에는 안더나흐에서 식용도시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안더나흐의 무료 수확 텃밭은 가이드 투어를 하러 온 관광객에게 인기 명소가 되었습니다. 매년 100개 팀이 채소관광을 하러 옵니다.

 

8. 안더나흐 방식을 따르는 다른 도시의 모범사례가 있나요?

인구 3만의 식용도시 크라일스하임(Crailsheim) 시민청에는 도심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넣을 수 있는 종이봉투가 비치돼 있습니다. 종이봉투 옆면에는 식용도시 크라일스하임이라고 인쇄돼 있습니다. 도심의 8개 상자텃밭에서 무료 수확이 가능합니다. 가을에는 시립 과수원에서 과일도 무료로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함께 텃밭을 가꾸고 토론하거나 지나가면서 간단히 간식으로 먹도록 장려됩니다. 2024년 4월에 시장 광장에서 식용식물 공유 및 교환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식용식물이 심긴 포트나 구근을 선반에 놓아두면 누구나 가져가서 자신의 정원이나 발코니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분의 다년생작물, 모종 또는 개인 정원에서 채취한 씨앗도 이곳에 놓아두면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구 63만의 대도시 뒤셀도르프는 시 홈페이지에서 식용도시 정보를 제공합니다. 뒤셀도르프에는 시민이 관리하는 수백 곳의 식용도시 텃밭이 있습니다. 개인, 마을, 협회, 교구, 시민단체 및 회사는 시 담당부서에 식용도시 텃밭을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시에서는 텃밭 당 최대 750만원을 지원합니다. 참여조건은 텃밭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사유지에 설치해야 하며, 토지소유주가 올림 상자텃밭 설치에 동의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 설치할 계획이라면 시의 허가가 필요하며, 설치 위치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진만 있으면 됩니다. 학교, 어린이집, 청소년 여가센터가 신청할 때에는 위 참여조건 적용을 받지 않으며, 최대 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인구 100만 대도시 쾰른(Köln)은 모범적인 식용도시입니다. 쾰른에서는 도시와 그 주변에 사는 사람과 동물에 의해,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먹거리가 재배됩니다. 식용도시 사업은 쾰른시 먹거리시민위원회 산하에 식용도시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7∼2018년에 걸쳐 시민이 적극 참여하여 식용도시 실행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2024년 현재 50개소 이상의 식용도시 텃밭이 있습니다. 공원국에는 식용도시 전담 직원이 있습니다. 2022년부터 한 개소 당 최대 750만원까지 시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쾰른시 환경위원회는 공공장소에 새로 심는 식물의 70%는 반드시 식용이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쾰른시 공원녹지 매뉴얼에는 공공장소에 심을 수 있는 식용 교목과 관목의 목록이 적혀 있습니다. 식용도시 추진 단체에는 무료로 표토가 제공됩니다. 식용도시위원회는 환경국과 함께 전문가 워크숍을 열어 학교텃밭 실행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여러 교육기관과 협력해 도시텃밭 가꾸기 워크숍, 텃밭 투어 및 자전거 투어와 같은 이벤트와 함께 매년 쾰른 씨앗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9. 식용도시가 기후전환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빅토르 위고는 “제 때를 만난 아이디어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식용도시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지 이미 1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전 분야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기후전환사회를 맞았습니다. 텃밭에서 익은 농작물을 누구나 마음대로 수확하게 하는 것은 소유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커먼즈 만들기를 한다는 뜻입니다. 기후전환사회에서 커먼즈 만들기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전환사회에서 식용도시가 제 때를 만난 것 같습니다.

 

식용도시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도시의 흙을 드러내고 작물을 심어 토양의 탄소저장고 역할을 높여줍니다. 시민들은 생활 주변에서 먹거리를 직접 체험하면서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연관성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식용도시는 먹거리 생산을 늘려 식량보장에 도움을 주어 기후변화 적응에도 기여합니다. 폭우에 따른 유출수를 흡수하는 등 회복력 강한 물순환 체계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녹지가 부족한 도심의 공공장소에 조성된 다양한 형태의 식용도시 텃밭은 도심의 기온을 낮추거나 여름에 그늘을 제공하는 등 도시기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시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합니다.

 

독일의 식용도시들은 사람뿐 아니라 새를 비롯한 동물도 농작물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합니다. 식용도시는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기여합니다. 안더나흐에서는 수명이 짧은 교체형 상자텃밭 대신 다년생작물 식재용 상자텃밭을 사용하는 한편, 가능하면 맨흙에 텃밭을 조성해 탄소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용도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사회적 분리라는 3가지 도전 과제에 동시에 맞서는 자연기반해법입니다.

 

10. 우리나라에서 식용도시 운동을 벌인다면 과제는 무엇이고 전망은 어떻습니까?

여기서 식용도시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둡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도시 운동을 시작할 때의 과제는 그러한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줄이는 것일 테니까요.

 

식용도시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장소에 식용식물이 자라고 있으면 식량 안보에 대한 인식을 알게 모르게 높여줍니다. 식용도시 텃밭을 본 시민들이 집에서 작물을 키우도록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먹거리는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 간 대화 주제가 되기 쉬워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레 싹틉니다. 로컬푸드 소비를 포함해 도시 먹거리 운동 참여를 장려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거리의 텃밭에 심겨 있는 채소와 과일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훌륭한 관상용 식물 역할을 합니다. 도시 공공공간의 이용 방법을 창의적으로 바꾸어 공공공간이 가지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줍니다. 물주기를 비롯한, 지역주민의 일상적인 경작 참여와 수확철의 수확 참여로 시민의 신체 활동과 녹색공간 이용 기회가 많아집니다.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비즈니스 기회와 관광 브랜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토종 과일과 채소를 시민의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쉽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공공장소에 식용도시 텃밭을 조성하면 더 많은 녹지를 확보하는 결과가 되어 도시기후 개선에 기여합니다. 도시의 생물종과 서식지의 다양성을 높이는 한편 농업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식용도시는 단점도 있습니다. 오염되었을지 모를 토양에서 재배된 먹거리를 마음대로 따서 먹어도 되느냐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공공장소에 설치된 텃밭이 눈에 거슬릴 수 있습니다. 매상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동네 과일채소가게 주인이 싫어할 수 있습니다. 토드모던 방식은 기본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이라 한계가 있고,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해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안더나흐 방식은 행정 주도라서 시민참여가 미흡하고, 실업자 고용과 채소관광 외에는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도시농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이 의외로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 조성된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을 선뜻 따서 먹으려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용도시 운동을 펼치는 외국 도시에서 무료 수확한 먹거리를 먹고 문제가 생긴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습니다. 시민 불안감을 덜기 위해 특히 도심의 경우 맨흙을 피해 올림 상자텃밭을 설치하는 한편, 자연에서 좋은 흙을 들여와 사용한다고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상자텃밭이 수명이 짧아 탄소발자국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재활용 상자텃밭을 이용하고 다년생작물을 심는다면 그러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올림 상자텃밭 채소가 노지재배 채소보다 사람 눈에 훨씬 더 잘 띄기 때문에, 텃밭의 선전효과를 중시하는 식용도시 운동에서는 상자텃밭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은 가급적으로 피하고 사람 통행이 적고 토양오염 우려가 없는 곳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식용도시 텃밭을 만들 때, 매년 다른 작물을 심어서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더나흐처럼 매년 ‘올해의 채소’를 정해 한 가지 채소의 다양한 품종을 집중적으로 키우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확 허용 장소뿐 아니라 현재 수확이 가능한 곳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앱을 개발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채소나 과일이 사라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울타리를 치고 팻말을 세워 공동 수확의 날이 있으니 그날 오라고 안내하면 좋겠네요. 방금 심은 모종의 경우에는 예를 들면 ‘8월까지 자랄 수 있게 놔둬주세요’라는 표지판을 세워둡니다. 안더나흐처럼 3색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수확할 때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안내해도 좋겠습니다.

 

식용도시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 과일, 허브에는 농작물마다 이름표를 붙여둡니다. 간단한 요리법이 적힌 표지판을 추가하면 더욱 좋겠죠. 무심코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먹거리에 대한 지식이 많아질 테니까요. 식용도시 텃밭에는 조성 이유나 목적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세워두면 좋겠습니다. 안내판이나 이름표의 디자인과 글씨체에서부터 색감이나 형태에 이르기까지 미적 감수성이 풍겨나게 합니다.

 

시민경작권을 인정하는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공공공간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여야 합니다. 이미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이 주도해 만든 공동체 경작권법 초안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도시 운동의 발전 전망은 어떨까요? 사람들은 식용도시는 기부와 자원봉사가 생활화되어 있고, 환경이 깨끗한 작은 도시가 많은 유럽에서나 가능하지 우리나라에서는 안 된다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규모나 여건에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식용도시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참여단체들은 텃밭을 개방해 장벽을 없애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시민들 간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좋은 방법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식용도시 운동을 벌일 여건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식용도시의 형태에는 텃밭뿐 아니라 식용 울타리, 먹거리 숲, 식용 버스정류장, 식용 거리 화단과 화분도 있습니다. 재배한 작물의 무료 수확뿐 아니라 야생 먹거리의 자연 채집도 가능합니다. 식용도시에서는 식용식물의 모종 또는 씨앗을 공유하거나 교환할 수 있습니다. 사실 토드모던에서는 게릴라텃밭 이외에도 스핀오프(파생 사업)가 많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Every Egg Matters(계란 한알 한알이 소중하다) 프로젝트뿐 아니라 보건소 옆의 약초원, 토드모던 고등학교에 만든, 양어수경과 수경재배를 하는 아쿠아가든, 식용도시 텃밭에 쓰일 모종을 키우는, 한 양로원 내 온실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도시가 식용도시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상상력이 더해져 다양한 스핀오프가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토드모던 방식과 안더나흐 방식의 혼합도 가능할 것입니다. 토드모던 방식이 지닌 무정부주의적 인상을 완화하면서 안더나흐 방식이 지닌 관료주의적 느낌을 줄이는 방향입니다. 우리나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전략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방식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텃밭에서 무료 수확을 허용한다는 원칙만 따르면 모두 식용도시입니다.

 

키우고 나누는 도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먹거리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식용도시 운동이 기후전환사회에서 진정한 커먼즈 만들기를 위한 의미 있는 사회운동이자 새로운 도시농업 발전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합니다. 버려진 공공장소를 찾아내 더 많은 공공텃밭을 만들고 더 많은 식용식물을 키워서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좋겠습니다. 소유의 욕심보다 존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식용도시 운동에서 도시농업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수렵하고 채취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식용도시는 기후위기와 먹거리위기 시대에서 미래도시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친환경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비전은 대도시든 소도시든 상관없이 미래입니다. 미래도시는 식용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