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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도시(Edible City) 10문 10답 - 1부 식용도시란?

아메바! 2025. 2. 18. 21:45

식용도시 10문 10답 제1부(1문∼5문)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1. 식용도시란 무엇인가요?

식용도시는 공공장소에서 농작물을 키워서 누구나 마음대로 따서 먹을 수 있게 하는 도시를 말합니다. 식용도시는 영어로 Edible City, 독일어로 Die Essbare Stadt입니다. 식용곤충, 식용꽃이라 하듯이 식용도시라 부릅니다. 먹을 수 있는 도시라는 뜻이죠. 곤충이나 꽃처럼 도시를 직접 먹을 수는 없지만, 과일·채소·허브가 도시 곳곳에 심어져 있어 쉽게 접근해 무료로 수확해 먹을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딱딱한 식용도시란 말 대신 ‘키우고 나누는 도시’라 써도 좋겠습니다. 키우고 나누는 인천, 키우고 나누는 광주로 쓰면 곧 그 도시가 식용도시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이 글에서는 일단 식용도시로 적겠습니다.

 

식용도시 텃밭은 우리가 익히 아는 공동체텃밭과 다릅니다. 식용도시 텃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은 길을 가던 행인을 포함해 아무나 따서 가져가도 됩니다. 식용도시 텃밭은 공동으로 경작하고 공동으로 수확하는 공유텃밭에 가깝습니다. 식용도시 텃밭 중에는 토지소유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게릴라텃밭도 있습니다.

 

식용도시는 도시 안에서 키운 먹거리를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로컬푸드 소비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생물다양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텃밭 수확물에 대한 소유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커먼즈 만들기가 가능해진다고 볼 때, 기후위기시대에 식용도시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2. 식용도시 운동은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시작했나요?

세계의 식용도시 운동은 크게 2개의 흐름이 있습니다. 영국의 토드모던(Todmorden)에서는 2008년, 독일의 안더나흐(Andernach)에서는 2010년에 시작했습니다. 둘 다 공공장소에 만든 텃밭에서 무료 수확을 허용하는 것은 같지만 목적이나 방법은 다릅니다. 안더나흐가 토드모던에서 일부 배웠다고 하니 원조 도시는 토드모던이라 하겠습니다.

 

우선 영국의 토드모던입니다. 토드모던은 인구 1만 5,000명으로 맨체스터에서 북동쪽으로 27km 떨어져 있습니다. 2008년 식용도시 운동을 시작할 때 토드모던의 사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때 섬유업으로 번창했었지만 공장들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2007년 시작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버려진 건물이 더 늘어나고, 공공서비스는 축소되어 사방에 쓰레기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이 작은 도시가 되살아날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용도시 운동의 창시자 팸 워허스트(Pam Warhurst, 1950∼)는 맨체스터 서쪽에 있는 리(Leigh)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결혼 후 토드모던으로 이사해 정착했습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영국 산림위원회 위원장이었으며, 토드모던이 속해 있는 칼더데일 광역시 시의회 의장(1995∼1999)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2007년 11월 런던의 리젠트 대학에서 열린 한 조경학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푸드마일이라는 말을 처음 써서 유명한 팀 랭 교수가 그 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1992년 리우회의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고 더 나빠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제 꽃은 그만 키우고 대신에 채소를 키우자”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팸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식용도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거죠.

 

팸은 기차를 타고 토드모던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먹거리 재배가, 우리가 무력한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고. 피크오일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개념은 너무 복잡하고 거창해서 개인이 참여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아예 무시하게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먹거리를 알고, 먹는 것을 두고는 서로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행동도 쉽게 취할 수 있다고. 도시를 되살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먹거리 재배라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팸은 생각했습니다.

 

런던에서 토드모던으로 돌아온 바로 그날 저녁, 팸은 마을공동체 활동가인 메리 클리어(Mary Clear)의 집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추진력 좋고 인맥이 넓은 메리는 팸보다 4살 어린데,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팸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팸은 메리에게 말했습니다. 먹거리와 먹거리 재배는 토로이의 목마가 되어,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할 것이라고. 식용도시라는 아이디어가 토드모던에도 좋고 마침내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메리는 팸의 아이디어에 공감했습니다. 얼마 후 메리는 자신의 집 정원의 돌담을 허물고 장미 덤불을 제거해 허브 상자텃밭을 만들어 '마음껏 드세요' 라는 팻말을 꽂았습니다. 그때 메리는 ‘장미로는 잼을 만들어 먹을 수 없잖아.’하고 혼잣말을 했다고 해요.

 

팸과 메리는 팸이 운영하던 카페에서 2008년 3월 첫 공개회의를 열었습니다. 60명이 넘게 참석했고 분위기는 들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빈 땅에 뒹구는 쓰레기를 치우고, 상자텃밭을 설치하고, 채소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 둘이 힘을 합쳐 홈페이지와 온라인 포럼도 만들었습니다.

 

왜 식용도시 운동을 시작했냐는 물음에, 팸은 공동체, 학습, 비즈니스라는 3개의 접시 돌리기 비유로 답합니다. 서커스 쇼에서 접시 3개를 동시에 돌리는 묘기를 연상하면 됩니다. 먹거리 재배와 수확물 공유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학교 안팎에서 먹거리 재배법과 요리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기업 활동과 관광을 증진해 도시를 살리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접시를 하나만 돌려도 멋지고 2개를 돌리면 대단한데 3개를 동시에 돌리면 놀라운 쇼가 벌어집니다.

 

한편 2010년에 독일의 안더나흐라는 소도시에서 토드모던과 다른 방식의 식용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라인강 계곡에 있는 안더나흐는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입니다. 2,000여 년 전에 세워진 역사도시죠.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는 냉수 간헐천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원예 전문가인 하이커 붐가든(Heike Boomgaarden. 1962∼)과 시 직원이자 지리생태 전문가인 루츠 코작(Lutz Kosack. 1964∼)은 2010년에 식용도시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 사업에 시 예산 7,50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붐가든은 말합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도시를 업그레이드해 다시 삶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 채소, 과일나무, 열매를 맺는 초본을 들여오는 것이죠. 보기에도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자는 생각에 처음에는 방치된 구석진 곳부터 바꾸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도시 전역으로 확장했습니다.”

 

코작 박사는 말합니다. “안더나흐 시 직원으로서 2010년에 공공 녹지공간을 재설계하면서 식용도시 안더나흐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공공 녹지공간은 출입 금지 구역이 아니라 수확 허용 장소가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 사업을 담당해왔고, 장기실업자 고용 및 자격 취득 기관인 ‘퍼스펙티브’와 함께 이 사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2020년 여름, 20년 만에 안더나흐 시를 떠나 지금은 본 대학교의 자연보호 및 식물학 분야 교수가 되었지만 식용도시에 계속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2010년은 생물다양성의 해였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물다양성을 이해하고 식물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농업의 생물다양성에 주목했고, 결국 농작물을 재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더나흐의 식용도시 추진 목적은 생물다양성 증진과 시민의 먹거리 인식 제고, 고용 창출에 있습니다. 시 당국이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하고 시에서 고용한 직원이 텃밭을 관리합니다. 독일에는 현재 100곳이 넘는 식용도시가 있는데 대부분 안더나흐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토드모던 방식이 풀뿌리 시민 주도의 상향식이라면 안더나흐 방식은 행정기관 주도의 하향식입니다. 토드모던이 게릴라텃밭으로 시작했다면 안더나흐는 공식 허가된 텃밭으로 시작했습니다. 토드모던에서는 자원봉사자가 텃밭을 관리한다면 안더나흐에서는 시가 고용한 20여명의 장기 실업자가 텃밭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공공장소에 텃밭을 만들고 농작물을 시민이 무료로 수확하게 허용하는 것은 같습니다. 채소관광을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닮았네요.

 

3. 식용도시 토드모던을 왜 Incredible Edible Todmorden이라고 하나요?

토드모던에서 식용도시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얼마 후 한 모임에서 팸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이름이 없을까? 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메리의 딸이 'Incredible Edible'이 어떻겠냐고 말했습니다. 팸은 바로 그거라고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렇게 Incredible Edible Todmorden(IET)이 탄생했습니다.

 

Incredible Edible(인크레더블 에더블)은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IET는 공동체이익회사(일종의 사회적기업)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어로는 Les Incroyables Comestibles이라고 합니다. 토드모던 모델을 따르는 단체들은 모두 도시 이름 앞에 Incredible Edible을 씁니다. 런던 자치구 램버스의 Incredible Edible Lambeth는 식용 버스정류장(버스정류장 바로 옆 빈터에 식용도시 텃밭 조성)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웨스터마운트의 Incredible Edible Westmount는 매년 여름, 거리의 화단과 화분에 채소를 심고 있습니다.

 

에더블(edible: 먹을 수 있는)이란 말이 2번 나오게 해 각운을 맞추었네요. incredible은 ‘이상해서 믿기지 않는다’는 뜻과 함께 ‘훌륭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공공장소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아무나 따서 먹어도 된다고 하니 이상해 믿을 수 없다는 뜻이며, 이런 운동을 통해 멋지고 훌륭한 도시가 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incredible edible은 ‘믿기지 않겠지만 먹어도 된다.’는 뜻이면서 ‘놀라운 먹거리’라는 뜻도 됩니다. IET는‘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4. 전 세계 식용도시 운동의 추진 현황은 어떻습니까?

전 세계에서 약 1,00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토드모던 방식만 따진다면 약 70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프랑스(400여개), 영국(186개), 캐나다 순입니다. 안더나흐 방식의 경우, 독일의 100여 도시를 비롯한 로테르담, 오슬로, 아바나 등 여러 도시의 참여단체 통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약 300개 단체로 추정해봅니다. 대부분 유럽과 북미에 몰려 있지만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토드모던 방식을 따르는 단체라도 방법은 다양합니다. 토드모던처럼 풀뿌리 시민운동 방식으로 하는 곳도 있고, 시민이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여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곳도 있고,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곳도 있습니다.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의 3요소인 공동체와 학습과 비즈니스를 모두 중시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공동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체도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먹거리를 재배해 무료로 수확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원칙만 따르면 어떤 방법도 가능합니다.

 

토드모던 방식을 따르는 단체가 프랑스에 많은 것이 특이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도시농업 유형 중 공유텃밭이 많아서 식용도시에 대한 거부감이 약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전환마을 운동 단체나 콜리브리(colibri. 프랑스어로 벌새라는 뜻) 운동 단체의 웹사이트에서 토드모던 사례가 소개되었고 이를 본 활동가들이 전파시켰습니다. 콜리브리는 문명과 생태의 위기가 농업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친환경농업으로 세상을 구하려고 하는 대안사회 운동입니다. 프랑스에서만 110만 관객을 동원한, 2015년 다큐멘터리 영화 ‘내일’에서 토드모던이 다루어지면서 프랑스에서 식용도시가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5. 토드모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2008년부터 토드모던에 사는 주민들은 주차장, 풀밭 가장자리, 공동묘지, 보도, 학교, 경찰서와 소방서 외부공간 들을 식용도시 텃밭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허가도 받지 않고 원형 교차로에 과일나무를 심고, 주차장 옆에 감자와 당근을 심고, 기차역 승강장 화분에 심어져 있던 제라늄을 뽑아내고 허브를 심었습니다. 규정을 지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규정을 무시하고서라도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작정했습니다. 지금은 70개소의 식용도시 텃밭은 모두 정식 허가를 받은 곳이 되었습니다.

 

토드모던의 게릴라텃밭은 선전텃밭(Propaganda Garden)이라 해서 일반적인 게릴라텃밭과 다릅니다. 선전텃밭은 공공장소를 무단점유하기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눈에 띄게 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하고, 토론과 논쟁을 촉진하려고 마련되었습니다. 선전텃밭의 효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텃밭 가꾸기에 동참했습니다. 지역신문인 ‘토드모던 뉴스’가 연일 관련 기사를 실은 것도 운동의 확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10년 9월 찰스 황태자가 격려차 토드모던을 방문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진 것도 이 운동의 확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차역 승강장 상자텃밭에는 마음대로 따가라는 안내문과 함께 로즈메리나 파슬리를 이용한 요리법이 붙어 있습니다. 인기 있는 작물이 익자마자 금방 없어지면 따가는 사람들을 탓하기보다 내년에는 이 작물을 좀 더 많이 심어야겠다고 활동가들은 판단합니다. 첫째 셋째 일요일 오전 10시, 40-50명의 자원봉사자가 한곳에 모입니다. 몇 개조로 나뉜 뒤 그들은 길을 걸으며 쓰레기도 줍고 텃밭도 관리합니다.

 

전 세계에서 채소관광을 하러 많은 사람이 토드모던을 찾습니다. 정치가와 전문가가 시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에게서 배우는 곳이 토드모던입니다. 놀라운 식용도시 토드모던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매뉴얼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연락이 옵니다. 담당자는 말합니다. “매뉴얼 같은 것은 없어요. 그냥 하세요.”

 

토드모던에 있는 모든 학교에 텃밭이 만들어졌습니다. 초등학교에 조성된 텃밭 중 일부는 인근 주민들이 입양해 관리합니다. IET는 모든 초등학교에 폐기된 작은 놀잇배를 나누어주어 이 배에 흙을 채워 텃밭으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모든 학교의 급식은 반경 55km 이내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만을 사용하도록 시의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한 사회임대주택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세입자들에게 씨앗을 무료로 나누어주고 상자텃밭 비용도 일부 부담하고 단지 내에 닭장을 설치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IET는 식료품 가게들에 칠판을 나누어주고 칠판에 가게에서 파는 로컬푸드를 적어 광고를 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로컬푸드 매상이 올라갔습니다.

 

시 당국은 처음에는 식용도시 운동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도시에 방문객과 돈이 유입되고 빈 상점이 다시 문을 열게 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니 지지하고 있습니다. IET 덕분에 비어 있는 시유지에 개인이나 단체가 텃밭을 만들면 내야 하는 20만원이나 하던 허가수수료가 2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기도 했고요. 시는 텃밭으로 사용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유휴지의 목록을 작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IET는 시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초기 1∼2년은 보조금을 받았지만 2010년에 중단했는데, 보조금에 의존하는 다른 단체들이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무너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자의 봉사활동과 기부금과 강연 및 채소관광 수입으로 단체를 운영합니다. 지역경제인들이 현금, 토지, 장비를 기부합니다. 보건소 옆에 심은 사과나무는 기부 받은 것입니다. 상자텃밭에 쓰일 상자도 기부 받았습니다.

 

메리가 시청에 전화해 꽃가루받이 거리(Pollination Street)의 거리 표지판이 없어졌는데 새 표지판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문의했습니다. 아무도 그 거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표지판이 보내져왔고 지금은 토드모던에서 가장 인상적인 텃밭이 되었습니다. 폴리네이션 스트리트는 1960년 첫 방송 이후 현재도 방영중인,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TV연속극인 코로네이션 스트리트(Coronation Street)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입니다.

 

버려진 건물 두 채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건물을 철거하고 슈퍼마켓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보기 흉한 모습을 지켜보다 지친 IET는 시 당국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IET는 시위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아스다는 팬티다(pants는 영국 속어로 저질이다, 쓰레기다, 라는 뜻). 아스다가 팬티라는 데 동의하면 이 빨랫줄에 당신의 팬티를 널어주세요' 라는 팻말을 그 건물 앞에 세웁니다. IET가 만든 두 개의 빨랫줄은 마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의 속옷으로 가득 찹니다. IET측에서 BBC North 방송국 뉴스 담당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토드모던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사람들이 사방에 팬티를 걸고 있어요.” 곧 방송국에서 취재를 하고 이 사건을 뉴스 시간에 다룹니다. 아스다는 미디어의 관심에 당황한 나머지 IET측에 전화를 합니다. “건물을 허물고, 울타리를 치고, 텃밭을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떤 크기의 텃밭상자를 몇 개나 원하십니까?”

 

IET가 토드모던 경찰서에 경찰서 앞 빈터에 텃밭을 만드는 것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장은 '나에게 요청하면 내가 지역 경찰국에 요청해야 하고, 지역 경찰국은 지방 경찰본부에 요청하고, 지방 경찰본부는 런던에 요청해야 해서, 허가가 나려면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ET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허가도 받지 않고 그냥 텃밭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경찰서 앞 텃밭이 채소관광의 인기 사진 촬영 장소가 되었네요.

 

IET는 채소나 과일뿐 아니라 계란도 사업에 포함했습니다. Every Egg Matters(계란 한알 한알이 소중하다) 프로젝트입니다. 계란을 생산해 파는 곳을 표시한 토드모던 계란 지도도 나와 있네요. IET는 재배한 먹거리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 워크숍, 마을 행사를 주관하고, 음식에 대해 교육하고, 기업과 지역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IET는 토드모던에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켰습니다. 채소관광으로 유명해지면서 도시 이미지가 좋아진 덕분이지요. 2013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IET 덕분에 직접 먹거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2017년 주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로컬푸드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영국 전체 소비자의 41%와 비교해도 높습니다.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거둔 토드모던의 성공요인은 다섯 가지(5V)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비전을 제시한 창립자의 역할(visionary leader), 자원봉사자의 참여(volunteer), 빠른 결정과 행동(velocity), 성과의 가시화(visibility), 운동 가치의 증명(value).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드모던이 유명해지자 부유한 외지인이 들어와서 원주민 행세를 하는 듯해 불만인 주민이 있습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올라 주거 이동이 쉽지 않는 등 살기 힘들어진 주민도 생겼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어르신 중에는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IET 활동가들은 식용도시 운동이 지닌 큰 뜻을 생각하며 그런 문제에 개의치 않습니다.

 

IET는 현재 칼더데일 시의회와 협력하여 토드모든에서 영국 요크셔주 핼리팩스까지 공동체 먹거리 재배 공간을 광역적으로 잇는 식용 통로(Edible Corridor)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단 점유 게릴라텃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경작권법 제정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의 헐이라는 도시가 미개발 시유지에 대해 시민경작권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시의회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네요.

 

 

제2부(6문∼10문)

6. 토드모던 방식을 따르는 다른 도시의 모범사례가 있나요?

7. 안더나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8. 안더나흐 방식을 따르는 다른 도시의 모범사례가 있나요?

9. 식용도시가 기후전환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10. 우리나라에서 식용도시 운동을 벌인다면 과제는 무엇이고 전망은 어떻습니까?